KAIST, 47년간 기후자료 분석…향후 재해 대책 반영 필요
연구이미지(AI 생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지난 47년간 기후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아시아 여름 전선이 북상하면서 한반도에서 비와 무더위가 같은 날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늦여름에는 전선의 평균 위치가 최근 20년이 과거 20년보다 약 213㎞ 북쪽에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KAIST에 따르면 AI미래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이 아태기후센터 문수연·김옥연 박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1979년부터 지난해까지 47년간의 고해상도 기후 재분석자료를 분석해 동아시아 여름 전선의 장기적인 북상 추세와 이에 따른 복합재해 위험 증가를 규명했다.
서로 다른 성질의 공기가 만나 생기는 경계인 '전선'은 동아시아 여름철 비의 약 40%를 만들어내고, 6월과 9월에는 그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매년 여름 겪는 장마전선도 이에 속한다.
그동안 기상 연구는 주로 온난화로 인해 '비가 얼마나 세졌는가'에 집중해왔으나 비구름의 '위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전선이 조금만 위아래로 움직여도 어느 동네가 물난리를 겪을지, 어느 동네가 찜통더위에 시달릴지가 확연히 달라진다.
연구팀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고해상도(약 25㎞) 기후 재분석자료(ERA5)에 전선 자동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47년간 6시간 간격으로 동아시아 여름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
연구팀이 일기도의 전선 위치와 비교하면서 검증한 결과, 근 20년(2006∼2025년)의 여름 전선은 과거 20년(1979∼1998년)보다 여름 내내 더 북쪽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 절정기(6월 25일∼7월 15일)에는 평균 약 146㎞, 늦여름(9월 10∼30일)에는 약 213km나 북상했다.
과거 늦여름 비구름이 중국 양쯔강이나 제주도 남쪽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한반도 남부까지 훌쩍 올라온 것이다. 이러한 비구름의 북상은 바다 온도 상승과 바람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비구름이 위로 올라오면서 비와 더위의 지도도 바뀌었다.
장마철 비구름이 북상하면 한반도를 비롯한 북쪽엔 비가 늘고, 남쪽은 체감 더위가 심해졌다. 늦여름엔 그 영향이 더 커져 전선이 북상한 해에는 한반도에 비가 쏟아지는 동시에 체감 더위도 0.4도 이상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 더위 지표(습구흑구온도, WBGT)가 높아졌다는 것은 땀이 잘 마르지 않아 느끼는 불쾌감과 열사병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라고 연구팀은 부연했다.
김형준 교수는 "늦여름 전선이 북쪽에 위치한 해에는 평년 수준 이상의 강수와 더위가 같은 날 함께 나타나는 날이 전선이 남쪽에 머문 해보다 약 8∼19배 많았다"며 "9월은 그동안 여름철 재해 대비의 사각지대였던 만큼 늦여름 폭우와 폭염을 하나의 복합 위험으로 묶어 관리하는 포괄적인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