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경기 종목, 테크볼을 해부한다
― 이준석의 초대 금메달이 보여 준 가능성
스포츠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진화한다. 한때 생소했던 경기들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가 하면, 새로운 규칙과 장비를 갖춘 종목들이 등장해 스포츠의 영역을 넓혀 간다.
최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20회 아시안게임에서도 관중들의 눈길을 끈 새로운 경기가 있었다. 바로 테크볼(Teqball)이다. 축구와 탁구의 특성을 결합한 이 종목에서 우리나라 이준석 선수가 남자 단식 초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새로운 스포츠의 역사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새긴 쾌거다.
테크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테크볼은 2012년 헝가리에서 처음 고안되어 2014년 무렵 본격적으로 발전한 스포츠다. 축구의 정교한 볼 컨트롤과 탁구의 빠른 공수 전환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축구 선수들의 기술 훈련에서 착안했으며, 이후 독자적인 경기 규칙과 장비를 갖춘 국제 스포츠로 성장했다.
경기에는 일반적인 축구공과 비슷한 5호 공을 사용한다. 다만 평평한 탁구대가 아니라 가운데가 그물로 나뉘고 양쪽 표면이 완만하게 휘어진 전용 테이블에서 경기를 펼친다.
선수는 손과 팔을 제외한 신체 부위로 공을 다룬다. 발로 공을 차는 기술뿐 아니라 머리와 가슴을 활용하는 능력, 공의 방향을 읽는 판단력,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축구의 기술과 탁구의 승부 감각이 만나는 셈이다.
규칙은 간단하지만 승부는 치열하다
테크볼은 한 명씩 겨루는 단식과 두 명씩 팀을 이루는 복식으로 나뉜다. 기본 규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수는 공을 최대 세 번까지 터치한 뒤 상대편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손과 팔은 사용할 수 없다.
둘째, 같은 신체 부위로 공을 연속해서 두 번 터치할 수 없다. 발로 두 번 연속 공을 다루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셋째, 경기 도중 상대 선수나 테이블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신체 접촉을 제한해 기술과 전략으로 승부하도록 한 것이다.
넷째, 한 세트는 기본적으로 12점을 먼저 얻는 선수가 승리하며, 세트제 경기에서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면 최종 승자가 된다. 마지막 세트는 2점 차로 이겨야 한다.
2026년 개정 규정에 따라 서브는 2점마다 교대한다.
이처럼 규칙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공의 속도와 회전, 정확한 발놀림, 순간적인 판단력이 승패를 가른다. 보기에는 묘기를 부리는 듯해도 그 안에는 고도의 기술과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이준석, 테크볼의 역사를 쓰다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이준석 선수는 남자 단식 결승에 올라 이라크 선수를 2대 0으로 물리쳤다. 첫 세트에서는 접전 끝에 12대 11로 승리했고, 두 번째 세트에서는 12대 5로 상대를 제압했다.
특히 첫 세트에서 상대에게 밀리는 상황을 뒤집고 승리를 거둔 장면은 집중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주었다. 초대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은 단순히 금메달 하나를 추가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아직 대중에게 낯선 종목을 국내에 알리고, 후배 선수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새로운 스포츠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경기의 매력을 보여 주는 선수와 그들의 도전을 뒷받침하는 지도자, 협회, 팬들이 함께 필요하다. 이준석 선수의 우승이 우리나라 테크볼 발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테크볼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테크볼의 강점은 접근성과 관람의 재미에 있다. 축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공 다루기부터 시작할 수 있고, 전문 선수는 더욱 정교한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개인 경기와 복식 경기가 가능해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또한 전용 테이블을 활용하기 때문에 넓은 축구 경기장 전체가 필요하지 않다. 학교 체육시설과 생활체육 공간, 공원 등에 보급된다면 청소년의 체육활동은 물론 동호인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전용 장비의 보급과 시설 확보, 지도자 양성, 국내 대회 확대가 필요하다. 경기를 직접 접할 기회가 적다면 대중적 관심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경기 영상과 중계 콘텐츠를 활용하고, 학교와 지역 체육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국제적으로는 올림픽 종목 진입을 향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 채택되었다고 해서 올림픽 진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하고, 국제적인 경쟁 수준과 종목 운영의 안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새로운 스포츠를 키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세상에 처음부터 익숙한 스포츠는 없다. 축구와 탁구도 누군가의 도전과 수많은 사람의 참여를 거쳐 오늘날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테크볼 역시 이제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에 있다.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이준석 선수의 금메달은 그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는 일이다. 금메달의 감동을 국내 선수 육성과 생활체육 확산으로 연결하고, 어린 세대가 새로운 종목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야 한다.
스포츠의 가치는 승패에만 있지 않다. 도전하는 정신, 규칙을 존중하는 태도, 상대와 실력을 겨루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도 있다.
이준석 선수의 금메달이 테크볼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의 낯선 경기가 내일의 국민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도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