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 지역의 시간을 기록한 30년, 《향토와 문화》의 발자취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10-11 21:59

대구은행의 사외보 《향토와 문화》가 남긴 것은 우리가 살아온 지역을 어떻게 기억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

대구MBC 특집 다큐멘터리《향토와 문화, 30년 이야기》를 방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 권의 책에 담아온 30년의 시간이 방송을 통해 되살아났다.


대구MBC는 11일 오전 9시 30분 특집 다큐멘터리《향토와 문화, 30년 이야기》를 방영했다. 이번 방송은 1996년 3월 창간된 대구은행의 계간 사외보《향토와 문화》가 걸어온 3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기록해온 출판문화의 가치를 조명했다.


《향토와 문화》는 1996년 대구은행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발굴하고 보존하겠다는 취지로 창간한 문화잡지다.

《향토와 문화》는 1996년 대구은행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발굴하고 보존하겠다는 취지로 창간한 문화잡지다. 당시 기업들이 발행하던 사보가 주로 기업 홍보와 경영 성과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향토와 문화》는 은행의 이름을 앞세우기보다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에 주목했다.


특히 매호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깊이 있게 다루는 편집 방식은 기존 기업 사보와 차별화된 특징이었다. 단편적인 소식이나 기업 홍보를 나열하는 대신 지역의 역사적 현장을 찾아가고, 관련 인물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해 한 권의 기록물로 완성했다.


창간호의 주제는 '팔공산을 뵈옵다'였다. 이후 낙동강, 시장, 항일독립운동, 장인, 축제 등 대구·경북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익숙한 지역의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라져가는 생활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다.


《향토와 문화》의 책임편집자 엄명숙 올댓플랜 창 대표는 잡지 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 방송에 출연한 《향토와 문화》의 책임편집자 엄명숙 올댓플랜 창 대표는 잡지 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히 팔공산에 관한 깊이 있는 자료집을 제작하면서 자연환경은 물론 역사적 유산과 전설, 민담, 건축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조사했던 과정을 소개했다.


방송에서는 대구의 건설회사와 백화점, 금융권 등에서 사보를 발행하던 당시의 문화적 환경도 함께 조명됐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사보는 오늘날과 같이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시민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향토와 문화》는 그 역할에 머물지 않았다. 지역문화에 관한 전문적인 자료를 축적하면서 일반적인 기업 사보의 영역을 넘어 향토문화 기록지로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잡지의 지속적인 발행에는 기획자와 필자, 사진가, 연구자들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오래된 문헌을 찾아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전할 수 있는 자료로 남기려는 노력이었다.


《향토와 문화》는 1997년 한국사보대상, 2014년 한국사사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향토와 문화》는 1997년 한국사보대상, 2014년 한국사사대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통권 100호를 발간하며 지역문화 기록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22년에는 대구은행 창립 55주년을 기념해 《향토와 문화》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그동안 발간된 잡지의 주요 내용을 영상과 전시물로 재구성해 종이책에 담긴 지역의 기억을 시민들과 공유했다.


또한 2022년 발간된 통권 104호에서는 '서문시장 이전 100년'을 주제로 서문시장의 형성과 변천, 국채보상운동과 3·8만세운동의 역사적 현장, 시장 사람들의 삶을 폭넓게 다뤘다. 하나의 장소를 통해 지역의 근현대사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향토와 문화》의 30년은 한 기업이 발행한 잡지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대구·경북의 문화적 자산을 축적해온 시간이다.


도시의 풍경은 바뀌고 오래된 건물과 골목은 사라진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기억도 세월과 함께 희미해진다. 그러나 기록은 사라진 장소를 다시 불러내고 잊힌 사람들의 삶을 현재의 시간으로 이어준다.


《향토와 문화》의 작업은 지역 출판문화가 지닌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늘날 지역문화의 기록과 보존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현장을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온 《향토와 문화》의 작업은 지역 출판문화가 지닌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창간 30년을 맞은 《향토와 문화》가 남긴 것은 단순히 수많은 책의 분량만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온 지역을 어떻게 기억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대구MBC가 마련한 이번 특집 다큐멘터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저절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록하려는 사람들의 오랜 노력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박상봉 사회부장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10-12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