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7)] 물취이모(勿取以貌)ㅡ'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9-30 07:16


           자마이카 레게 톱 가수



勿取以貌(물취이모)는 논어 자한편에 등장하고

勿 : 말 물, ~하지 말라 , 取 : 취할 취
以 : ~으로써 이 , 貌 : 모양 모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무엇부터 보는가. 얼굴과 옷차림, 말투와 표정, 직업과 학벌, 때로는 그가 타고 온 자동차까지 살핀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일찍부터 이러한 판단을 경계했다. 물취이모(勿取以貌), 곧 ‘겉모습으로 사람을 취하거나 판단하지 말라’는 뜻의 가르침이다.

사람의 참모습은 얼굴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옷이 인품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며, 높은 학벌이 반드시 지혜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재산이 훌륭한 인격의 증표가 될 수도 없다.

오히려 사람의 됨됨이는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드러나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손해를 보면서도 약속을 지키는지, 가진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공자 역시 사람을 겉모습이나 첫 인상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가르침을 남겼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행동과 삶을 지켜보면 훌륭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외형이 아니라 행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 가르침이 더욱 절실하다.
SNS에는 잘 꾸며진 사진과 화려한 일상이 넘쳐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집과 자동차, 여행과 명품이 마치 성공의 기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화면 속 몇 장의 사진만으로 한 사람의 삶을 모두 알 수는 없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마음속에 깊은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 있고,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화려한 외양 뒤에 빈약한 인격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을 만날 때는 첫인상을 존중하되 최종 판단은 서두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 말은 더욱 의미가 있다. 좋은 직장, 높은 연봉, 멋진 외모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삶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정직함, 책임감, 배려와 신뢰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보는 눈도 깊어져야 한다. 젊을 때는 겉모습에 마음이 끌리지만, 세월을 살아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진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는 것을.
꽃도 피어 있을 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열매를 맺어야 그 나무의 가치를 알 수 있듯이, 사람도 말보다 행동과 삶의 열매를 보아야 한다.

‘물취이모’가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나는 사람을 무엇으로 판단하고 있는가.
얼굴인가, 옷인가, 학벌인가, 재산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 그리고 살아온 삶인가.

겉모습은 사람을 만나는 첫 문일 뿐이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아야 비로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사람을 볼 때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자.
외모보다 인품을, 말보다 행동을, 현재의 모습보다 살아온 삶을 보자.

그것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어른들이 젊은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소중한 지혜가 아닐까.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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