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인회의 등 12개 단체 참여…AI 활용 출판물 표시 기준 등 제안
29일 서울시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출판인회의의 출판·AI 정책포럼에서 홍영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맨 오른쪽) 등이 '독자를 위한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 AI를 활용한 출판물의 투명성과 책임, 보상 문제가 출판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일부 출판·저작자 단체가 AI 사용 원칙을 내놨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출판연구소, 한국작가회의 등 12개 단체는 29일 서울시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출판·AI 정책포럼에서 '독자를 위한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을 발표했다.
이 원칙은 AI 시대에도 저작자의 창작 활동을 지키고, 책에 대한 독자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출판사와 저작자가 함께 지켜나갈 자율적인 AI 사용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제도가 정비되기 전에 출판계 스스로 '현장의 약속'을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출판사 설문조사와 전문가 검토를 거치고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5장, 20조로 구성된 원칙에는 도서를 만드는 주체도, 최종 책임을 지는 것도 사람으로, AI는 도구로 활용될 뿐, 저작자나 공동 저작자의 지위를 갖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출판사가 출간하는 출판물에 대해 인간의 검증 여부에 따라 '인간 저작물', 'AI 보조 저작물', 'AI 생성 출판물' 등 3단계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AI 보조 저작물', 'AI 생성 출판물'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표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원칙에는 출판 계약서 작성 시 권고 사항과 자사 도서의 학습 데이터 활용에 관한 기준 등도 담겼다. 저작자의 경우 AI를 활용한 단계와 그 범위를 출판사에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홍영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이번 원칙에 대해 "AI 기술을 배척하거나 AI 생성물에 주홍 글씨를 새기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출판과 AI가 공존하는 가운데 독자가 안심하고 책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인 덕성여대 AI 다이나인포(DynaInfo) 연구소 교수가 29일 서울시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출판인회의의 출판·AI 정책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포럼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위기를 넘어 공존으로: AI 시대 출판 생태계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것으로, 박정인 덕성여대 AI 다이나인포(DynaInfo) 연구소 교수의 기조발제와 출판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박 교수는 지난 7월 국내 출판사 18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생성형 AI 활용과 정책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사의 9.6%는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했고, 45.7%는 일부 업무에 활용했으며, 20.7%는 시험적으로 도입했다. 반면 생성형 AI가 주요 콘텐츠를 제작한 출판물을 한 종 이상 발행한 경험은 20.7%에 그쳤다.
박 교수는 "현재 출판산업에서 보조적 사용은 이미 일상화됐지만, 핵심 콘텐츠 생성은 아직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또 어떤 경우부터 AI 표시가 필요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본문의 상당 부분을 AI가 생성한 경우라는 응답이 64.9%로 가장 높았다. 또 계약과 관련해서는 AI 고지와 분쟁 책임 조항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66%였다.
정진근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패널토론에서 "현행 법·제도적 틀은 기술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출판계는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AI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하되 AI 기술 활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책임 있는 기술 활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