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시장이 충돌할 때…금기의 거래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16 08:02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파헤친 '금지된 거래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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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사회에는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수많은 거래를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중에는 도덕적 차원의 논란과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거래가 존재한다. 법으로 금지되거나 규제를 받는 것들도 있다.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장 설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앨빈 로스는 신간 '금지된 거래의 경제학'에서 어떤 거래를 허용하고 어떤 거래를 금지해야하는지를 둘러싼 다양한 도덕적 논쟁을 다룬다.


성관계와 출산, 결혼과 입양, 대리모 등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부터 술과 마약, 고금리 신용대출과 비상시 상품 가격 인상, 혈장과 신장 기증, 의료조력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논쟁적 문제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이러한 거래를 '혐오스러운 거래'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는 거래에 관여하는 당사자들은 참여를 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거래 당사자들이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그 거래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는 관습이나 사회적 규범, 법률에 의해 규제돼 왔다. 그러나 이는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동성 간 성관계나 다른 인종 간 결혼은 한때 법으로 금지됐지만 이제는 많은 사회에서 더 이상 불법이 아니다.


저자는 어떤 거래는 금지하면 그 조치를 무력화하는 암시장이 생겨나고 다양한 회색 지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1920년부터 1933년까지 거의 모든 주류의 판매가 금지되는 '금주법'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암시장이 생겨났고 술 소비도 제대로 제한하지 못하며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의료 분야에서도 논란이 되는 주제들이 존재한다.


많은 나라에서 혈장과 신장 기증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부분적으론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착취당하지 않게 보호하려는 취지에 따른 것이지만, 한편으론 장기를 사고 파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폭넓은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경우에도 시장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규제함으로써 보호 기능을 어느 정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합법적이고 규제된 시장 내에서 혈장 기증자에게 금전적 보상이 제공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미국인이 기증한 혈장으로 목숨을 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이같이 다양한 문제를 둘러싼 쟁점과 배경, 관련 규제와 그 결과를 폭넓게 살펴보면서 사회적 지지를 충분히 받는 가운데서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으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도덕적으로 굳이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와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한층 더 생산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들이 존재한다"며 "우리가 바라거나 혐오하는 것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것 사이의 비용을 따져가면서, 그 둘 사이의 절충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의힘. 이경식 옮김. 최정규 감수. 468쪽.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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