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9월11일 오장환 문학제 첫 날 단체사진
한국 시단의 3대 천재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오장환(吳章煥·1918~1951)의 문학정신을 되짚는 제31회 오장환문학제가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속리산과 오장환문학관 일원에서 열렸다. 학술세미나와 ai로 내 시로 노래 만들기, 문학기행, 북토크, 시상식, 혼맞이, 음악공연으로 구성된 이번 문학제는 오장환을 추모의 대상으로 고정하기보다, 오늘의 다양한 문학과 예술의 자리로 마련됐다.
양소영 교수와 보은문화원 전찬근 사무국장
첫날인 11일, 속리산 레이크힐스 호텔에서 열린 기념 학술세미나는 보은문화원 전찬근 사무국장님의 노련한 사회로 막을 열었다.
방랑을 상실에서 생성으로 양소영 교수의 노마디즘으로 다시 읽은 오장환
덕성여대 양소영 교수는 '오장환 시에 나타난 노마디즘'을 통해 연구사에서 오장환의 방랑은 고향 상실, 정체성의 균열, 시대적 좌절이 남긴 정서적 흔적으로 읽혀던 해석의 틀 자체를 전환했다. 양교수가 제시한 것은 방랑을 결핍의 서사가 아닌 생성의 서사로 읽어내는 리좀식 연구 결과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오장환의 방랑은 방랑에서 그치지 않고 탈주로, 탈주는 다시 공간의 횡단으로 이어진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그 움직임 속에서 시인은 타자와 만나고, 그 만남은 다시 소수자 되기라는 존재론적 이행으로, 그리고 사유의 생성과 정체성의 재구성이라는 결실로 귀결된다. 방랑 → 탈주 → 공간의 횡단 → 타자와의 만남 → 소수자 되기 → 사유의 생성 → 정체성의 재구성으로 이어지는 이 연쇄 작용은, 오장환을 상실을 앓던 시인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시 빚어낸 시인으로 옮겨 마지막 할렐루야로 귀결시켰다.
이는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제시한 노마디즘 고정된 가치와 정체성에 안주하지 않고 이질적인 것과의 접속을 통해 자기를 갱신해가는 유목적 사유를 오장환의 생애와 시 세계에 정밀하게 겹쳐놓은 시도였다. 한 시대, 한 사조에 귀속된 시인이기보다 노마디즘의 시선으로 재조명하는 취지의 핵심 연구였다.
학술세미나 현장 사진
뒤이어 김태옥 충북대 교수는 '오장환의 소련행과 「붉은 기」, 그리고 통일문학 연구에서의 오장환'을 발표하며, 오장환의 소련행이 놓인 시대적 맥락과 그것이 통일문학 연구사에서 지니는 의미를 짚었다. 두 발표는 접근한 지점은 달랐으나, 오장환을 과거에 봉인하지 않고 현재의 문학적 담론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다.
세미나에 이어 열린 'AI 앱 SUNO를 활용한 내 시로 노래 만들어 보기' 프로그램에서는 박지은 글로벌사이버대 교수의 지도로 참가자들이 자신의 시를 직접 노래로 옮겼다. 문학과 인공지능 기술이 만나는 즉석에서 내 시가가 노래가 되는 창작의 접점을 실험한 시간이었다.
저녁 만찬 후 이어진 문학인 잔치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문학인들이 시와 음악, 창작을 화두로 친목과 교류를 나눴다.
이날 정경재 보은문화원장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에 남아 참석자들을 세심히 손수 살피는 감동을 자아냈다.
정경재 보은문화원장 축사 장면
행사는 지역 각계의 후원으로도 뒷받침됐다.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금산 '마당이 있는 집' 한소영 대표가 공진단 200만 원 상당을 후원했고, 보은농협, 유재철 보은군 대추연합회장, 안광현 대추농원 대표, 정구완 76회 회장, 경북 상주 속리산 자연농원 김영식 대표 등이 뜻을 모았고 김기준 추진위원의 빈틈없는 준비와 헌신으로 풍성한 자리로 첫날의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둘째 날인 12일에는 도종환 시인과 함께하는 오장환 문학기행과 문학강연이 이어져, 참가자들이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시 짚었다. 이후 오장환의 혼을 기리는 혼맞이 행사가 열렸고, 오후에는 최은묵·권지영·김복희 시인이 참여한 북토크에서 시와 삶, 창작의 안팎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오갔다.
문학제의 정점인 시상식에서는 제17회 오장환문학상에 이상국 시인, 제13회 오장환 신인문학상에 남혜석 시인, 제7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에 윤문찬 시인이 각각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축하공연에서는 시노래 가수 박경하와 징검다리, 기타리스트 박지은 교수가 무대에 올라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시간을 완성했다.


축하 행사 오장환 시인 생가
제31회 오장환문학제는 한 시인을 추모하는 데서 출발해 역대 수상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장환의 문학정신을 오늘의 문학 속에서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물고 학술로 나누었다는 점에서, 이번 문학제가 남긴 의미가 크다. 오장환이 남긴 시적 궤적 위에 오늘의 시인들이 새로운 예술 문학을 포개고, 다시 음악과 기술을 만나면서 세대와 시대를 보은의 큰 자랑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12일 둘째 날 단체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