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1심 뒤집고 구청 손 들어줘…"지역명만 바꾼 채 그대로 복제"
부산지방법원 [연합뉴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연구보고서를 사실상 그대로 베낀 중간보고서를 제출한 용역업체와 부산 해운대구가 벌인 법적 분쟁의 항소심에서 법원이 해운대구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고법 제6-1민사부(배동한 부장판사)는 A 용역업체가 부산 해운대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던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해운대구는 민선 7기 시절인 2020년 9월 '해운대 2040 비전과 전략 수립 용역'을 발주해 같은 해 11월 A 업체와 계약했다.
구는 업체에 선급금 5천만원과 기성금 1억1천85만원을 지급했고, 당초 2021년 11월이던 과업 기한은 업체 요청으로 두 차례 연장돼 2022년 9월 30일까지 늦춰졌다.
하지만 A 업체는 최종 기한까지 과업을 마치지 못했고, 구의 연구진 보강 등 시정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제출된 중간보고서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해운대구는 2022년 12월 계약을 해제했다.
이어 기지급된 선급금과 기성금 반환, 계약보증금 지급 등 총 1억8천여만원 상당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이에 A 업체는 계약 해제가 부당하고, 전체 용역의 77%를 이미 수행했으므로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계약 해제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업체가 낸 결과물 전체가 구에 무익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업체가 제출한 중간보고서가 '과천비전 2040 성장계획', '성남비전 2040 장기종합발전계획', '대구 수성구 2030 장기발전종합계획' 등 타 지자체의 기존 계획과 전 항목에 걸쳐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SWOT 분석을 뺀 나머지 부분은 기존 타 지자체 보고서와 문자적 유사도가 현저히 높다"며 "지역 이름을 바꾼 것 외에는 사실상 내용을 그대로 복제한 것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이어 두 차례 기한을 연장받고도 기한 내 과업을 마치지 못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표절된 보고서가 해운대구에 실질적인 이익을 준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주민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최종보고서를 완성하는 것이 이번 용역의 본래 목적인 만큼, 관련 절차 일부를 진행했거나 비용을 썼다는 사정만으로 기성고(공사·용역의 완성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민선 8기 취임 후 결과물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상당 부분 표절이 의심된다는 보고를 받고 계약해제와 환수 조치에 나섰던 건"이라며 "이번 판결로 용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계약된 용역금을 지불하는 관행을 고치게 되었고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게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