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일랜드 통일' 돌발 발언에 영국 우익도 발끈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13 19:47

역대 美 대통령은 중립 지키며 언급 삼가…외교 논란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틴 아일랜드 총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틴 아일랜드 총리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일랜드섬 통일이 "환상적일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외교적 논란을 낳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아일랜드의 영국 잔류 여부는 영국과 아일랜드 모두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로, 미국이 수십년간 중립을 지켜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더블린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지만, 아일랜드가 통일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결국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아일랜드 미국 대사관저에서 외교관들과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도 "북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되는 것은 멋진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아일랜드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함께 영국의 4대 구성국이다. 원래는 아일랜드섬 전체가 영국의 구성국이었지만, 1919∼1921년 일어난 아일랜드 독립 전쟁으로 아일랜드는 독립하고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남았다.


미국은 1998년 체결된 벨파스트 협정을 그동안 지지해왔다. 이 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의 헌법적 지위는 주민 다수결 국민투표로만 바꿀 수 있으며, 아일랜드섬 통일을 위해서는 아일랜드 공화국 유권자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북아일랜드 문제에 중립을 지키며 직접 언급을 삼갔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중재자로서 이 협정 체결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아일랜드계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북아일랜드를 방문해 협정 체결 25주년을 기념하면서도 신중하게 처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북아일랜드 관련 국민투표에 대한 충분한 지지가 없다며 "충분한 지지가 생기기 전까지는 투표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 큰 파장을 낳았다.


북아일랜드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 우파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북아일랜드는 자랑스럽고 온전한 영국의 일부"라며 "북아일랜드 국민은 국민투표도, 통일도 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북아일랜드 최대 연합파 정당 민주연합당 대표 개빈 로빈슨 영국 의회 의원도 "북아일랜드의 헌법적 미래는 런던, 더블린, 워싱턴이 아니라 북아일랜드 주민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의 상징적인 국가 원수인 캐서린 코널리 대통령과도 만났다.


트럼프 1기 시절 그를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코널리 대통령은 그에게 상징적 의미가 담긴 선물을 전달했다.


코널리 대통령은 6세기 아일랜드 수도승들이 대서양을 건너 그린란드에 도달했다는 설화를 담은 중세 문학집과 북아일랜드 분쟁 시절 평화를 염원하며 지어진 시가 수록된 시집을 선물했다.


이는 최근 그린란드 인수설을 꺼내 들며 서방 동맹을 흔들었던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은근히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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