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품 등 번역한 칼손 런던대 교수, '세계번역가대회' 기조 강연
"30년 전 한국문학, 서점의 동남아 구역에…이젠 눈에 띄는 곳에"
한강 작가 수상 축하리셉션 당시 이야기 나누는 박옥경-칼손 부부와 이형종 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30년 전, 런던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어가 한국에 관한 책이 있는지 문의하면 동남아시아 구역으로 가보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오늘날 런던 서점에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수많은 한국 책이 진열돼 있습니다."
이문열, 황석영, 한강 등의 작품을 스웨덴어로 번역해온 안데르스 칼손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한국학 교수는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린 '2026 세계번역가대회'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계 속 한국문학 및 문화 번역의 흐름과 미래'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한강의 인터내셔널 부커상과 노벨문학상 수상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문학의 존재감이 커지며 국제 문학상에서도 한국 작가들이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칼손 교수는 "초점이 한국문학의 최신 트렌드로 빠르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야가 한쪽으로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다른 한쪽에 대한 시야는 좁아진 측면이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 번역소설의 장르와 작가의 폭은 분명 넓어졌지만, 번역 대상으로 선정되는 작품의 시대적 범위는 좁아졌으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작품을 번역할 때는 질적인 요소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의 상업적 잠재력이나 도착어로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 외에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어떠한 측면에서 한국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책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작품의 번역이 전적으로 한국의 최신 출판 트렌드만 쫓아서는 안 된다"며 "한편으로는 한국의 문학 문화를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나, 한국 대중문화의 폭넓은 인기에도 여전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면모를 조명하는 작품을 발굴해 시간적 깊이를 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주류 출판 시장에서 소외된 작품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번역의 어려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 작품을 프랑스어로 옮기는 정이렌 번역가는 김선미 작가의 청소년소설 '비스킷'을 옮긴 경험을 예로 들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경찰에 잡혀갈 수도 있어. 생기부(생활기록부)에 적힐 문구는 걱정 안 해?"라고 하는데 프랑스 출판사의 편집자는 프랑스 독자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빼도록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또 갈수록 살이 찌는 엄마에 대한 묘사에서는 "뚱뚱한 사람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며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정 번역가는 "원문에 최대한 충실하려 노력하는 번역가로서, 이러한 현장 경험은 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며 "편집자와 정말 치열하게 협의해야 했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번 행사는 번역원 창립 30주년을 맞아 한국문학 번역의 성과를 돌아보고, 문학번역의 새로운 역할과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9일은 번역원 아카데미 수료생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홈커밍데이'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