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훈 수채화 개인전 팜플렛(사진=권도혼 작가 제공)
늦가을 은행나무의 노란빛, 눈 덮인 대관령의 겨울 숲, 물소리가 들릴 듯한 계곡과 바위, 안개가 내려앉은 강변…. 자연의 순간을 맑고 담백한 수채의 색감으로 담아온 권도훈 작가가 첫 번째 수채화 개인전을 연다.
권도훈 작가의 제1회 수채화 개인전 ‘맑고 깊은 우물 맛’이 오는 9월 11일부터 30일까지 대구 갤러리 라일락(대구 중구 서성로13길 7-20)에서 열린다. 오프닝은 9월 11일 오후 7시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오랫동안 바라보고 마음에 담아온 나무와 숲, 계곡, 바위, 들판과 꽃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맑고 깊은 우물 맛’은 권 작가의 그림이 지향하는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오래 들여다본 자연에서 길어 올린 맑고 깊은 정서를 수채화 특유의 번짐과 투명한 색채로 풀어낸다.
권도훈 작가의 그림들. 나무 한 그루를 그려 숲을 생각하는 예술의 세계, 시선이 머무는 곳에 마음도 함께 머문다.(사진=권도훈 작가 제공)
권 작가는 “하늘, 나무, 물, 바위 등 묵묵한 것들을 좋아한다”며 “화폭에 자연을 담는 것은 그 자연을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한다. 이어 “나무 한 그루를 그려 숲을 생각하는 예술의 세계, 시선이 머무는 곳에 마음도 함께 머문다”며 “내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며 맑은 물을 길어 밭을 짓는 마음으로 붓을 든다”고 밝혔다.
전시장에서는 계절의 변화도 한눈에 만날 수 있다. 봄날 꽃을 피운 나무와 초록빛 강변에서 시작해 여름의 계곡, 붉게 물든 가을 숲, 눈 쌓인 겨울 산과 자작나무 숲까지 사계절의 풍경이 이어진다. ‘라일락집’, ‘겨울 산에 오르면’, ‘은행나무’, ‘코스모스밭에서’, ‘가을의 전설’, ‘천년바위’, ‘수양버들’, ‘눈 맞은 대관나무’, ‘낙계천’, ‘마음 계곡’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나무와 바위는 권 작가의 화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다. 나무의 곧고 휘어진 몸과 세월을 견뎌낸 바위의 표정은 단순한 풍경의 일부를 넘어 오랜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존재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물과 계곡을 그린 작품에서는 수채화의 투명성과 번짐이 더욱 두드러진다.
권 작가와의 인연을 소개한 화가 고찬용은 “권도훈 화백을 처음 만난 것은 그림을 지도한 지 10년이 시작되던 때였다”며 “타고난 그림 감각이 좋아 이미 실무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순수미술의 수채화는 제도적인 표현을 배워내고 자유롭게 그리는 연습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지난한 수련의 시간을 견뎠고, 마침내 함께 걸어갈 수중한 화우가 되었다”며 첫 개인전을 축하했다.
권도훈 작가는 라일락 이상화 시인의 생가터이자 대구에 서양미술을 최초로 도입한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의 미술연구소 ‘백토서’가 자리했던 대구 수채화의 발상지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자연을 바라보며 작가 안에 축적된 기억과 정서를 수채의 물빛으로 풀어낸 자리다. 전시 제목처럼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 들여다볼수록 깊어지는, 한 모금의 맑은 우물물 같은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화가이면서 30여 년간 시각디자이너의 길을 걸어온 권도훈 작가는 라일락뜨락 한켠에서 틈틈이 그림 작업에 몰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