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실종 연간 7만건 중 99% 한 달 내 종결…신속처리 허점 드러나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24 19:40

관행적 판단 매몰돼 골든타임 놓칠 우려…'실종성인법' 4건 국회계류


시신 발견 현장 출입 통제하는 경찰시신 발견 현장 출입 통제하는 경찰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수원리의 야자수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6.8.24 jihopark@yna.co.kr


최용대 기자 = 경찰에 접수된 성인 실종사건이 연간 7만건이 넘으며 이 가운데 99%는 한 달 안에 조사·수사가 해제(종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제주 장미란씨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사건의 '신속한 해제'에 가려진 초기 대응과 관리·감독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일반 성인 실종 신고는 매년 7만건 안팎에 이른다.


전국 가출인 실종 신고는 2022년 7만4천936건, 2023년 7만4천847건, 2024년 7만1천854건, 지난해 7만814건이었다. 올해도 7월까지 4만1천894건이 접수됐다.


이들 사건 대부분은 짧은 시간 안에 종결처리된다.


지난해 기준 48.1%가 1시간 이내 해제됐고 3시간 이내 누적 해제율은 64.9%, 6시간 이내 75.2%, 12시간 이내 82.9%였다.


하루 이내에는 89.4%, 이틀 이내에는 93.9%, 사흘 이내에는 95.1%가 해제됐다.


일주일 이내에는 97.1%, 30일 이내에는 99.0%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성인 실종 사건 접수 후 해제까지 소요 시간지난해 성인 실종 사건 접수 후 해제까지 소요 시간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매년 대규모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 데다 대부분이 단기간에 해제되는 구조가 일선에서 개별 실종사건의 위험성을 낮게 판단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일반 성인의 경우 범죄 연관성이나 극단적 선택 위험 등이 당장 확인되지 않으면 단순 가출이나 연락 두절로 판단하기 쉽지만, 초기 판단이 잘못되면 수색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인 실종은 절대다수가 단기간에 돌아온다는 현장 경험이 관행적인 판단으로 굳어져 개별 사건의 위험성을 낮게 볼 수 있다"며 "실제 위험에 처한 경우가 극소수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책무인 만큼 이런 관행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에서 드러난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의혹은 초기 단계에서 실종자의 소재와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장미란씨는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담당 A 경장이 약 2시간 30분 만에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종결했고,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장미란씨의 사촌동생이 지난 7월 19일 직장 근처인 서울 노원경찰서에 2차 실종신고를 하러 갔을때 담당 경찰관은 "다 큰 성인인데 그냥 가출한 거 아니냐.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거면 진작 발견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A 경장이 무사하다며 종결 처리한 또 다른 실종자 B씨도 실제로는 실종 상태가 이어지다 재신고 후 수색 과정에서 실종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장은 두 사건 모두 실종자의 소재나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로 종결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종 장미란씨 수색하는 경찰실종 장미란씨 수색하는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 사건은 담당 경찰관 개인의 허위 처리 의혹을 넘어 실종 사건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이를 걸러낼 관리·감독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과제로 남겼다.


장씨와 B씨 모두 실제로는 장기간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A 경장이 사건을 종결하면서 경찰의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는 장기 미해제 사건으로 남지 않았다.


장기간 해결되지 않는 실종 사건을 지속해 추적·관리하더라도 최초 해제 단계에서 실종자의 소재와 안전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 관리 대상에서 아예 빠질 수 있는 셈이다.


경찰은 제주 사건을 계기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사건을 해제하는 과정에 관리자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담당 경찰관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에게 별도로 보고해 처리 적정성을 검토받은 뒤 시스템상 실종 해제를 직접 처리하지만, 앞으로는 담당자가 시스템에서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정보 등을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실종 장미란씨 수색하는 경찰실종 장미란씨 수색하는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같은 해제 절차 개선만으로 성인 실종 사건 대응을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성인은 아동이나 장애인, 치매 환자와 달리 일차적으로 '가출인'으로 분류돼 실종 신고가 접수돼도 위치 추적이나 유전자 검사·대조 등 적극적인 수색에 한계가 있다.


이에 성인 실종자의 소재 파악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입법은 난항을 겪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이른바 '실종성인법'으로 불리는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됐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에는 실종성인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찰이 개인위치·이동경로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가족 등의 동의를 받아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변사자 유전정보와 대조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실종 신고가 채무자 추적이나 가정폭력 피해자의 소재 파악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성인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입법 과정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법안이 악용될 가능성은 별도의 처벌과 제도적 장치로 막아야 할 문제"라며 "실제 위험에 처한 사람이 극소수라도 생명 보호를 위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발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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