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의혹은 덮히지 않고 덮인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11 08:24

# 방수포로 덮히는 야구장, 폭설에 덮힌 도시, 연기에 덮힌 산, 목 부분이 양털로 덮힌 재킷, 덮히는 범죄 의혹… #


별다른 의심 없이 이렇게들 쓴다. 표기 오류다. '덮다'에서 나온 피동사는 '덮이다'이다. [더피다]로 소리 낸다. '덮'의 받침 'ㅍ'이 '이'의 초성 자리로 이동하여 '더피다'가 되는 셈이다. 예로 든 말은 각각 방수포로 덮이는 야구장, 폭설에 덮인 도시, 연기에 덮인 산, 목 부분이 양털로 덮인 재킷, 덮이는 범죄 의혹으로 바로잡는다.


국문법 피동은 영문법 수동과 비슷하다. 능동의 반대다. 주체가 동작을 받고, 입고, 당하는 성질을 보인다. 야구장 관계자들이 방수포로 야구장을 덮고(즉, 방수포가 야구장을 덮고), 야구장은 그 동작(덮음)을 받는다. 동작을 받는 주체가 야구장인 것이다. 그 주체를 기준으로 하면 피동사로 서술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우리말법의 가르침이다. 같은 내용을 영문법에서는 수동이라고 한다.


'덮이다'에 대한 사전의 정의 일부'덮이다'에 대한 사전의 정의 일부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피동을 만드는 방법은 여럿 있다. '덮이다'는 피동을 만드는 접사 이, 히, 리, 기 가운데 '이'를 쓴 경우다. 이것들은 일부 타동사의 어간에 결합하여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하여 움직인다는 것을 나타낸다. 놓이다(← 놓다) 바뀌다(← 바꾸다) 보이다(← 보다) 쓰이다(← 쓰다) 치이다(← 치다)가 모두 그런 예다.


덮기는 덮는데, 빈 데가 없이 온통 덮는다고 할 때 우리는 '뒤덮다'를 쓴다. 이를 피동으로 만들면 '뒤덮이다'가 된다. 그 넓은 야구장이 외야와 관중석까지 빈틈없이 방수포로 뒤덮이긴 어렵다. 하지만 도시는 눈에 덮이지 않은 곳이 듬성듬성 있다고 해도 폭설에 뒤덮였다고 쓸 수 있다. 말맛의 차이다.


사전의 '피동' 정의사전의 '피동'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역시나 '덮다'에서 나왔지만 '덮치다'는 뜻이 한층 세다. 해일이 마을을 덮치고, 용감한 시민이 강도를 덮치고, 경찰이 범인들을 덮치고, 형사들이 범죄 현장을 덮치고, 큰 시련이 어떤 집단을 덮친다고 표현한다. '덮치다'는 마을, 강도, 범인들, 현장, 집단을 각각 목적어로 썼다. 타동사라는 말이다. 그러나 덮치다는 이 히 리 기 접사를 붙여 피동사로 바꿔 쓸 수 없다. '일부' 타동사의 어간에만 결합한다는 이 히 리 기 접사의 특성을 떠올려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문법편)』,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023


2.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3. 온라인가나다 상담 사례 모음 '덮이다'의 표기 - https://www.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62&mcfaq_seq=8737&pageIndex=43


4. 표준국어대사전


5.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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