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트럼프는 어떻게 탄생했나…위기의 미국 민주주의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03 16:37

윌리엄 G. 하월 존스·테리 M. 모 공저 '초권력'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하자 당시 대통령이자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1년 1월 6일 워싱턴DC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의회 폭동 이후 불명예스럽게 퇴장한 트럼프는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는 부활해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두 번째 임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거침없는 통치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평가했고, 권위주의 통치가 미국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렇다면 미국 국민은 '스트롱맨' 대통령에게서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면 의회나 사법부 등 미국 정치 시스템이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까.


미국의 대통령제 연구 권위자인 윌리엄 G. 하월 존스홉킨스대 공공정책대학원 학장과 테리 M. 모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신간 '초권력'에서 이러한 질문에 비관적 답변을 내놓는다.


또 트럼프가 퇴임해도 '트럼프주의'는 살아남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구조적 산물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공화당 보수파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필두로 대통령 권력 확대를 끊임없이 추진했고, 우파 포퓰리스트들은 점점 이념적으로 극단화되며 스트롱맨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공화당 엘리트와 우익 미디어는 나라가 쇠락하고 있어서 스트롱맨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서사를 만들고 반복해서 지지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저자들은 "트럼프가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트럼프라는 인간의 특별한 자질보다는 미국 포퓰리즘 운동의 특성과 그 힘에서 찾아야 한다"며 "그를 따르는 수많은 추종자, 원한과 희생양 정서로 채워진 서사, 공화당 엘리트를 휘어잡는 장악력, 허위 정보와 우파 미디어에 푹 빠진 정보 네트워크, 진보적인 행정국가에 대한 분노, 스트롱맨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그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학습효과로 미래의 공화당 대통령들도 포퓰리즘 세력에 주파수를 맞추고 이용하려 들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전례 없는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트럼프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서 사라진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이들은 전망했다.


일반 대중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부터 스트롱맨 행보를 보였음에도 2024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저자들과 기존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민주적 원칙을 가장 중시하는 유권자는 극소수다. 대부분 유권자는 자당 후보가 민주적 원칙을 위배하더라도 경제적, 당파적, 정책적 요인 등을 고려해 상대 당 후보를 찍지 않는다.


"수천만 명의 미국인에게 민주주의는 안중에도 없다. 게다가 자신의 권위주의를 대놓고 드러내는 대통령 후보에게 열정을 느끼며 기꺼이 투표한다. 이것이 차갑고 아픈 현실이다."(377쪽)


미국 대중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다면, 정치 시스템의 '견제와 균형'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폭주하는 대통령에 맞설 의회의 최고 무기는 탄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 두 차례 탄핵소추됐지만 상원에서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았다. 상원 탄핵 인용에는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화당 의석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성립이 어렵다.


두 저자는 사법부도 스트롱맨의 권력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이 권력 배분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데다 지나치게 간결하고, 법원은 대통령에게 지나칠 정도로 고분고분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저자들은 결론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엄중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재차 강조하며 "다른 정치학자들의 책처럼 개혁안을 제시하고 긍정적인 어조로 끝맺으면 좋겠지만 특효약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람들은 줄곧 어떤 경우에도 이 땅에서는 민주주의의 붕괴가 불가능할 것이라 믿어온 듯하다. 하지만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심지어 어쩌면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 불가능한 위협이 이제 미국의 현실이다."


이 책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철희 전 의원이 옮겼다. 그는 옮긴이의 말에서 "위기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이 책의 경고는 대통령제의 폐해를 어느 나라보다 더 적나라하게 경험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메디치미디어. 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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