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베일 벗은 고가의료장비 중복촬영 통계…2025년 재촬영에만 650억 낭비
복지부 제도 개편서 쏙 빠진 과다 촬영…김선민 의원 지적에 뒤늦게 "대안 마련"
병원 진료ㆍ진찰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병원을 옮긴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은 한 달 이내에 같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다시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3년 만에 새로 집계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불필요한 재촬영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허투루 쓰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고가의료장비 재촬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1차로 CT를 촬영한 뒤 동일한 질병으로 30일 이내에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 94만4천172명 중 26.8%에 달하는 25만3천438명이 다시 CT를 찍었다.
전원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이미 찍은 사진이 있는데도 새로운 병원에서 고가 검사를 관행적으로 다시 받은 셈이다. 이 같은 CT 재촬영 비율은 2022년 25.8%, 2023년 26.2%, 2024년 26.5%, 2025년 26.8%로 매년 예외 없이 치솟고 있다.
[CT 재촬영 현황(단위: 명, 백만원, %)]
| 구분 | 2022년 | 2023년 | 2024년 | 2025년 |
| 1차 CT 촬영 후 동일 상병으로 30일 이내에 타 기관 내원 수진자 수(A) | 897,477 | 951,370 | 919,367 | 944,172 |
| A 수진자 중 CT 촬영 환자 수(B) | 231,432 | 249,507 | 243,724 | 253,438 |
| A 수진자 중 CT 촬영으로 인한 급여청구액* | 45,578 | 50,201 | 46,234 | 49,152 |
| 전원환자 재촬영률(B/A*100) | 25.8 | 26.2 | 26.5 | 26.8 |
| *급여청구액 = (해당연도 청구 금액 ÷ 해당연도 청구 건수) × 해당연도 재촬영 수진자 수 | ||||
자기공명영상장치(MRI)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5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환자 22만4천894명 중 13.8%인 3만944명이 30일 이내에 MRI를 재촬영했다. 이처럼 불필요한 중복 촬영으로 인해 지난해 한 해 동안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된 급여 비용은 CT 491억5천200만원, MRI 159억원 등 총 650억5천200만 원에 달했다.
[MRI 재촬영 현황(단위: 명, 백만원, %)]
| 구분 | 2022년 | 2023년 | 2024년 | 2025년 |
| 1차 MRI 촬영 후 동일 상병으로 30일 이내에 타 기관 내원 수진자 수(A) | 228,961 | 233,539 | 215,272 | 224,894 |
| A 수진자 중 MRI 촬영 환자 수(B) | 30,764 | 31,097 | 29,616 | 30,944 |
| A 수진자 중 MRI 촬영으로 인한 급여청구액 | 16,252 | 16,804 | 14,978 | 15,900 |
| 전원환자 재촬영률(B/A*100) | 13.4 | 13.3 | 13.8 | 13.8 |
| *급여청구액 = (해당연도 청구 금액 ÷ 해당연도 청구 건수) × 해당연도 재촬영 수진자수 | ||||
더욱 심각한 점은 의료기관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나 기존 영상의 품질과 관계없이 관행적으로 재촬영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수치로 증명됐다는 사실이다.
의료기관별 재촬영 통계를 보면, 다른 병원에서 검사받고 찾아온 전원 환자에게 다시 CT나 MRI를 찍게 만든 비율이 최고 40%에서 50%대를 웃도는 기관들이 수두룩했다. 일부 의원급과 종합병원에서는 전원 환자 절반 이상에게 고가 검사를 다시 요구한 셈이다.
이처럼 의료 현장의 과다 지출과 중복 촬영 문제가 극에 달했는데도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에는 이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나 대안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단순히 수익률이 높은 검사의 가격을 깎아 연간 2조원을 아끼겠다는 대책만 내놓았을 뿐,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재촬영을 유도해 건보 재정을 축내는 미시적 행태를 막을 고리엔 손을 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국회 지적과 관련해 복지부는 관련 중복촬영 자료를 전달받아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측은 현장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중복 촬영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도별 CT, MRI 촬영 현황(단위: 명, 건, 천원)]
| 명칭 | 연도 | 환자수(실인원) | 청구건수 | 청구금액 |
| CT | 2022년 | 7,029,982 | 10,573,722 | 2,082,393,394 |
| 2023년 | 7,451,413 | 11,306,457 | 2,274,884,742 | |
| 2024년 | 7,546,257 | 11,462,484 | 2,174,426,636 | |
| 2025년 | 7,711,253 | 11,811,298 | 2,290,706,472 | |
| MRI | 2022년 | 2,225,035 | 2,704,654 | 1,428,850,108 |
| 2023년 | 2,203,602 | 2,684,531 | 1,450,650,305 | |
| 2024년 | 2,088,986 | 2,545,266 | 1,287,219,956 | |
| 2025년 | 2,185,887 | 2,681,926 | 1,378,030,514 | |
| 합계 | 2022년 | 9,255,017 | 13,278,376 | 3,511,243,502 |
| 2023년 | 9,655,015 | 13,990,988 | 3,725,535,047 | |
| 2024년 | 9,635,243 | 14,007,750 | 3,461,646,592 | |
| 2025년 | 9,897,140 | 14,493,224 | 3,668,736,986 |
전문가들은 수가 인하라는 가격 통제만으로는 의료기관이 검사 횟수를 늘려 이익을 보전하려는 행태를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진정으로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필수 의료 중심의 혁신을 이루려면, 가격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환자가 기존에 촬영한 영상 자료를 병원 간에 원활하게 연계하고 불필요한 재촬영 시 불이익을 주는 등의 강력한 유인책과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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