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여권 내 격화되는 헤게모니 투쟁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6-16 06:52

집권 2년차 균열…국정·민생이 우선이다


대화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대표대화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대표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ㆍ10 만세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대화하고 있다. 2026.6.10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994년 '신(新)노동'의 기치 아래 노동당 좌파를 밀어냈다. 핵심은 "당의 정체성을 누가 규정할 것인가"였다. 블레어는 중도 확장을 내세웠고, 구주류는 정체성과 이념 순수성을 방패로 삼았다. 집권 후 신노동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자로 불리는 덩사오핑도 1978년 원로 세력과 충돌했다. "누가 향후 국가를 운영할 것인가"를 둘러싼 헤게모니 투쟁이었다. 어느 나라든, 어느 시대든, 권력을 잡으면 균열은 내부에서 먼저 발생한다.


한국 정치사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친노(친노무현)와 동교동계 간 갈등이 전개됐다. 친노는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외쳤고, 동교동계는 "민주당 정통성은 우리에게 있다"라고 맞섰다. 결국 두 세력은 결별했고, 친노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2007년 한나라당에선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이 극한 대결을 벌였다. 이듬해 총선 공천은 내전을 방불케 했고, '친박연대' 창당으로 이어졌다. 내분의 본질은 권력 투쟁이다. 내전의 대가는 혹독했다.


지금 여당 내 이른바 '명청대전'은 데자뷔를 느끼게 한다. 균열의 도화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연 확장 전략에 따른 '뉴이재명'의 부상이다. '뉴이재명' 세력은 중도보수·친기업 인사 등을 포괄한다. 반면 친문 세력은 민주당 가치와 정체성을 강조하며 견제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연 확대 과정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과 개혁 의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 같은 세력 갈등은 6·3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맞붙은 선거는 범여권 표를 갈라놓았다. 구주류 친문(친문재인)과 친명+뉴이재명 세력 간 갈등도 깊어졌다. 그 결과,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당선됐다. 패배 책임론을 계기로 당권 경쟁과 노선 투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 X 이재명 대통령 X [재판매 및 DB 금지]


양측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X(옛 트위터)에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썼다. 외연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반면 정청래 대표와 강성 지지층은 개혁 드라이브와 진영 결집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정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언급에 대해 친명계가 격앙한 것도 이런 시각차를 보여준다. 민주당 진영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난타전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 메시지를 놓고 해석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여당이 얼마나 깊은 균열 위에 서 있는가를 보여준다.


문제는 지금이 집권 2년 차라는 점이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긴장은 높아지고, 미중 경쟁의 파고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쌓이고, 내수는 살아날 기미가 없고, 청년 고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민은 집권 초부터 집권 여당이 헤게모니 다툼에 몰두하는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자문해야 할 것은 8월 전당대회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느냐다. 유권자의 관심은 계파의 승패가 아니라, 집권세력의 성과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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