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리 통나무배가 들려주는 이야기
재구성한 당시 배모양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에는 우리나라 선사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특별한 유적이 있다. 바로 비봉리 패총이다. 이곳은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아간 흔적이 남아 있는 생활 유적으로, 토기와 석기, 동물 뼈, 도토리 저장 공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된 곳이다.
발견된 배
그 가운데 학계의 관심을 가장 크게, 모은 것은 통나무배의 발견이었다. 2005년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이 배는 약 8천 년 전 신석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배 가운데 가장 오래된 배로 평가받고 있다.
배는 하나의 소나무를 파내어 만든 통나무배였다. 길이 3m가 넘는 선체 일부가 남아 있었으며, 불로 나무를 태운 뒤 석기로 다듬은 흔적도 확인되었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구조이지만, 당시로 서는 매우 뛰어난 기술의 산물이었다.
신석기시대의 비봉리는 지금과 달랐다. 낙동강 중류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시기로, 비봉리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고 조개를 채취하며 살아갔다. 통나무배는 이러한 생활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이동수단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선사시대 사람들을 원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봉리 통나무배는 그 생각을 바꾸게 한다. 그들은 나무를 선택할 줄 알았고, 물길을 읽을 줄 알았으며, 배를 만들어 강과 바다를 오갈 줄 알았다. 자연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봉리 통나무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이었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의 도구였다.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정보를 나누고, 먹거리를 구하고, 삶의 터전을 넓혀 갔을 선사 인들의 꿈이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는 자동차와 고속철도, 비행기를 이용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8천 년 전 비봉리의 한 사공이 노를 저으며 바라보았을 강물도 결국은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비봉리에서 발견된 작은 통나무배는 우리에게 말한다. 역사는 거대한 궁궐이나 성곽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사람들이 물길을 개척하며 남긴 삶의 흔적 속에서도 시작된다

시와 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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