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 산책] 도토리를 저장한 사람들-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6-04 07:31

― 비봉리 패총이 전하는 8천 년의 지혜


신석기시대 도토리 저장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에 자리한 비봉리 패총은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 형성된 이 유적에서는 조개껍데기와 토기, 석기, 동물 뼈, 독무덤, 통나무배 등이 발견되어 선사 인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도토리 저장공이다. 저장공은 땅을 파서 만든 저장시설로, 신석기인들이 도토리를 비롯한 식량을 보관하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도토리는 당시 중요한 먹거리였다. 그러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아니었다. 떫은맛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고, 장기간 보관 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했다. 비봉리의 신석기인들은 도토리를 채집하고 가공한 뒤 저장 공에 보관하며 계절 변화와 식량 부족에 대비했다. 


신석기시대 도토리 저장상부


이러한 저장 기술은 선사 인이 단순히 자연에 의존하며 살아간 존재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미래를 예측했고,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계획을 세웠으며, 먹거리를 관리하는 지혜를 갖추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냉장고와 냉동창고, 첨단 물류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풍요로운 시대에도 식량 문제와 자원 고갈, 환경 문제는 여전히 인류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비봉리 패총의 작은 저장 공은 현대인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저장은 단순히 물건을 모아두는 행위가 아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삶의 태도다. 신석기인들이 저장한 것은 도토리만이 아니라 가족의 생존과 공동체의 희망이었다.


8천 년 전 비봉리의 작은 구덩이는 오늘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시와 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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