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작가 양솽쯔 "대만을 위해 상을 타고 싶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6-01 17:49

'부커상' 작가 양솽쯔 "대만을 위해 상을 타고 싶었다"


대만 정체성 탐구한 '1938 타이완 여행기'로 국제 부커상


"대만도 일본 식민지배 겪어…한국과 느끼는 정서는 달라"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의 꿈 이야기…문학의 힘 믿어"


부커상 수상 소감 말하는 양솽쯔 작가부커상 수상 소감 말하는 양솽쯔 작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26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대만 작가 양솽쯔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관련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6.6.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소설가로서 제 입장은 단순합니다. 저는 대만을 위해 이 상을 타고 싶었습니다."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대만(타이완) 작가 양솽쯔는 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 CBD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만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강조했다.


양솽쯔는 "국제정세 속에서 대만은 굉장히 위험한 많은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이런 정치적 추세 속에서 대만의 더 다양한 면모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고, 문학적 방법을 통해 대만을 알리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그는 특히 대만의 정체성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나라"이자 "다양성이 엄청난 나라"라고 강조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일본의 식민 통치 시기 대만을 배경으로 일본의 여성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대만인 통역사 왕첸허와 함께 대만 곳곳을 여행하며 음식 문화를 체험하는 여정을 담았다.


음식을 통해 대만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한편으로 식민주의, 젠더, 정체성, 언어와 문화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식민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우정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다만 일제강점기 대만을 마냥 어둡고 비참한 곳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양솽쯔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은 일제의 식민지 시대를 겪었다"면서도 대만인이 일제시대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정서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일본의 식민 지배가 끝난 뒤 38년에 이르는 계엄시대를 겪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부커상 수상 대만작가 양솽쯔 내한부커상 수상 대만작가 양솽쯔 내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26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대만 작가 양솽쯔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6.1 jin90@yna.co.kr


대만 계엄시대는 중화민국 국민정부가 국공내전을 이유로 1949년 5월 20일부터 1987년 7월 15일까지 대만 전역에 발령한 계엄령을 말한다.


양솽쯔는 "이런 계엄 정권이 (일본의) 식민 지배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라며 "대만은 직접 선거를 통해 총통을 선출하게 된 1996년까지 식민 지배와 별다를 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주장했다


식민 지배보다 끔찍했던 시절을 겪었기에 되레 대만인들은 일제시대에 대해 반감과 향수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문학작품을 통해 일제시대 대만을 탐구하는 것은 곧 대만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이 소설에서 음식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두 여성과 두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코드다. 치즈코는 대만의 다채로운 미식을 경험하면서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점점 이해하게 된다.


양솽쯔는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 어떤 민족인지, 어떤 계급인지를 보여준다"며 "음식이란 것은 정체성과 강력하게 연결돼있다"고 강조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부커상 수상한 양솽쯔 작가'1938 타이완 여행기'로 부커상 수상한 양솽쯔 작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26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대만 작가 양솽쯔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1 jin90@yna.co.kr


아울러 그의 작품은 주로 역사 속 여성을 작품의 주체로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여성 동성애자 입장에서 '여성의 눈으로 풀어낸 스토리가 많은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며 "제가 어렸을 때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모험 이야기 혹은 여성이 직업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드물었다. 제가 어른이 돼서는 젊은 여성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1938 타이완 여행기'에 나오는 여성들도 꿈이 있었다"며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을 문학을 통해 알리고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솽쯔는 "저는 여전히 문학이 힘을 갖고 있고, 효용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학이 가진 힘이라는 것은 아픈 사람이 약을 먹고 수술을 통해 병을 회복하는 것처럼 (효과가) 빠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학을 통해 계속해서 대화합니다. 공감대를 찾을 때까지 우리는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그 대화의 시간은 굉장히 깁니다. 우리의 인생보다 더 긴 시간을 들여서 우리가 계속해서 해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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