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일하면 인간은 해방되는가…AI 시대 노동의 미래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6-01 15:44

인공지능이 일하면 인간은 해방되는가…AI 시대 노동의 미래


신간 '로봇은 오지 않는다'·'사람의 마지막 직업'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이 가히 혁명적이다. AI와 로봇은 여러 산업에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당장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에는 '셀프계산대'가 계산원을 대신하고, 식당에서는 로봇이 음식을 나른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노동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현장에서 인간 노동자가 점차 사라지는 변화를 두고 '노동 해방'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반면 AI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을 우려하는 경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AI 시대 노동의 미래를 비판적 시선으로 조명한 신간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탈리아 출신 사회학자인 안토니오 카실리 프랑스 텔레콤파리 교수는 '로봇은 오지 않는다'에서 AI와 자동화 열풍 속에서 받아들여지는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다.


그는 '인간 노동의 종말'이라는 예언은 산업화 이후 끊임없이 반복됐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지적한다. 기술이 노동을 사라지게 하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만들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시켜왔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AI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이미지와 텍스트를 분류하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가 존재하고, 배달이나 쇼핑 플랫폼 배송기사들은 새벽까지 도로를 달린다.


저자는 AI와 로봇 시대에 노동자들은 단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지고, 노동의 질은 더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토머스 제퍼슨 미국 3대 대통령의 몬티첼로 저택을 예로 들어 노동을 감추려는 시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택에는 밧줄과 도르래로 작동하는 기계식 리프트 '덤웨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아래층에서 주방 직원들이 준비한 음식을 이 장치를 이용해 위층 식사 공간으로 보냈다. 식탁의 손님들에게는 마치 사람의 도움 없이 음식이 나타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예가 요리하고 음식을 전달했다.


카실리 교수는 AI 역시 미국 부유한 도시 외곽의 기술 캠퍼스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의 작업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촉구한다.


그는 "자동화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인간 노동자들"이라며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그들의 기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현재의 권력 구조를 재조정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앨리슨 J. 퓨 미국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간 '사람의 마지막 직업'에서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시대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계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노동 영역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직종에서나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내면을 읽는 능력을 발휘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성과를 산출하는 노동을 '연결노동'(connective labor)이라고 부르며 그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사람의 자리를 AI가 대신하면서 상호 소통과 공감, 이해에 바탕을 둔 노동 방식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내세운 새로운 체계에서 공장 조립 라인에 쓰일 법한 논리를 연결노동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책은 상담사, 의사, 교사, 목사, 지역 사회 운동가, 미용사 등 연결노동을 대표할 만한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 100여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다.


저자는 여러 해에 걸쳐 연결노동 종사자들을 인터뷰하고 관찰한 끝에 연결노동자들이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으며, 연결노동에 인간만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또 사람들이 연결돼 강력한 의미를 창출하는 데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 그 환경이 얼마든지 쉽게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연결노동이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마지막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연결노동은 그저 표면적인 업무의 윤활유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사회적 친교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며 "연결노동이 무엇이며 사람들 사이에 무엇을 형성하는지도 모르는 채 연결노동을 축소하고 억제하고 자동화하다가는 크나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로봇은 오지 않는다 = 이상북스. 변정수 옮김. 524쪽.


▲ 사람의 마지막 직업 = 추수밭. 김재경 옮김. 536쪽.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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