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올림픽' 세계신기록은 단 1개…"약 더 먹어라" 조롱도
금지약물 복용 전면 허용한 '인핸스드 게임', 저조한 기록
남자 자유형 50m에서만 '비공인' 세계 신기록 나와
금지 약물과 전신 수영복을 입고 세계 신기록을 넘은 골로메에프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금지약물 복용이 전면 허용되는 논란의 스포츠 대회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 수영 종목에서 단 하나의 비공식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
크리스티안 골로메에프(그리스)는 2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50m에서 20초81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는 캐머런 매커보이(호주)가 지난 3월 세운 종전 세계기록 20초88을 0.07초 앞당긴 것이다.
'기술 도핑'이라는 지적에 지난 2009년 국제대회에서 퇴출당한 전신 수영복까지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골로메에프는 비공식 세계기록 경신 보너스 100만 달러를 챙겼다.
그는 경기 후 "내년에도 다시 출전해 기록을 깨겠다"고 밝혔다.
신장 203㎝의 장신 선수로도 유명한 골로메에프는 지난 2019년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연맹(World Aquatics)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5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인핸스드 게임은 '과학의 힘을 빌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명목으로 기획된 대회다.
실패하고 아쉬워하는 인핸스드 게임 역도 참가자 [AFP=연합뉴스]
피터 틸 팰런티어 창업자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억만장자와 유력 인사들이 후원자로 나섰다.
이 대회 참가자들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 기존 스포츠계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경기력 향상 약물을 자유롭게 투여할 수 있다.
이번 첫 대회에는 육상, 수영, 역도 등 42명의 선수가 출전했으며 세계기록 경신에 100만달러, 종목 우승에 25만달러의 파격적인 상금을 내걸었다.
주최 측은 합법적인 도핑을 통해 쏟아질 무수한 신기록을 기대했으나 실제 기록 경신은 골로메에프 1명에 그쳤다.
벤 프라우드(영국)는 약물 복용 후 남자 접영 50m에 출전해 22초32로 골인했으나 세계기록에 0.05초 모자랐다.
역도 종목의 보디 산타비(캐나다)와 웨슬리 키츠(미국) 등도 4차 시기까지 가는 주최 측의 규칙 변경 등 편의 제공에도 불구하고 신기록 수립에 실패했다.
오히려 약물을 투약하지 않은 선수들이 도핑 선수를 꺾는 일도 속출했다.
전 육상 100m 세계 챔피언 프레드 커리(미국)는 약물 없이 9초97로 우승한 뒤 "그들은 훈련을 더 열심히 하거나 약을 좀 더 먹어야 할 것 같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여자 육상 100m에서도 탄생하지 않은 세계 기록 [AFP=연합뉴스]
헌터 암스트롱(미국) 역시 도핑을 한 경쟁자 2명을 제치고 남자 배영 50m에서 24초21로 정상에 올랐다.
체육계와 의료계는 이 대회를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세계 주요 스포츠 연맹은 이 대회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의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약물 남용이 심장, 간, 신장 질환 등 생명을 단축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최 측은 모든 약물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모기업인 '인핸스드'가 선수들이 복용한 약물을 일반 대중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어 도덕성 및 상업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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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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