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비평] 실무와 학문 사이 박사학위의 재구성 -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5-05 12:01


이미지 캡션 =ai



오늘날 박사학위는 여전히 학문적 최고 단계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 위상과 달리 현실에서는 “깊지만 멀다”는 평가가 반복된다. 연구실 안에서 완성된 지식이 산업과 행정, 지역 현장으로 내려오는 과정은 생각보다 매끄럽지 않다. 반대로 현장에서 축적된 고숙련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은 학문 체계 안으로 충분히 흡수되지 못한다. 이 단절이 지금 교육정책이 마주한 조용한 균열이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기능장, 기술사, 장기 실무자들은 이미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축적해 왔지만, 학위 체계에서는 여전히 “학문적 언어”의 장벽 앞에서 평가받는다. 반대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는 깊이 있는 이론적 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실제 산업 환경에서의 변동성, 즉 예측 불가능한 현장 조건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 간극은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구조 문제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최근 제기되는 하나의 제안이 있다. 이미 현장 경험이 충분히 축적된 전문가들에게 체계적인 연구 교육을 추가하여 박사학위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학문에서 현장으로 내려가는 박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학문으로 올라오는 박사”의 경로를 제도화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한 학위 확대가 아니라 지식 생산 구조 자체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모델이 존재한다. 영국의 Professional Doctorate, 독일의 산업 기반 연구 박사 과정, 프랑스의 국가 연구소 중심 박사 체계는 모두 학문과 실무의 결합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핵심은 동일하다. 지식은 더 이상 대학 안에서만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복잡한 사회 문제일수록 현장 경험과 연구 방법론이 결합될 때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제안이 단순히 이상적인 구조로만 끝날 수는 없다. 학문은 본질적으로 검증과 축적의 체계를 가진다. 현장 경험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학문적 일반성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실무 중심 박사 제도는 반드시 연구 방법론, 이론 구조화 능력, 비판적 검증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학위는 확장되지만 지식의 깊이는 오히려 희석될 위험이 있다.


결국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의 균형이다. 학문 중심 박사와 실무 중심 박사는 서로를 대체할 대상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야 할 두 축이다. 하나는 이론을 확장하고, 다른 하나는 현실을 해석한다. 이 두 축이 만날 때 비로소 지식은 살아 있는 형태로 사회 안에서 기능하게 된다.


오늘날 교육정책이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누가 박사를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지식이 사회를 움직이는가”이다. 학문이 연구실에 머무는 순간 지식은 고요해지고, 현장에만 머무는 순간 경험은 축적되지 못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사이를 잇는 새로운 학위 구조이며, 그것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박사학위는 더 이상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경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장성과 학문성의 결합”이라는 오래된,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시인,수필,소설.평론(비평).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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