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조급증과 교통신호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4-18 22:30


조급증과 교통신호




우리 속담중엔 속도와 관련된 말이 많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우선먹기는 곶감이 달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귀 허리에 매어 못쓴다. 우물가서 숭늉 찾는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대부분 조급증을 표현한 것들이다. 중국 사람들의 느긋함을 나타내는 ‘만만디’나 중동 사람들의 ‘인샤라(신의 뜻대로)’, 터키 사람들의 ‘수하힐리(천천히)’와는 대조가 된다.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사건이 났을 때 영국의 BBC방송은 사고의 근본원인을 한국의 ‘조급 문화’에서 찾는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사건·사고와 마찬가지로 어떤 일을 그저 마치기만 하면 된다는 ‘빨리 빨리 증후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빨리 빨리 문화에 길들여져 왔다. 빨리 공부하고, 빨리 출세하고, 빨리 돈벌고…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 빨리 할수록 선이요 미덕이라는 식의 조급증 문화는 양반문화가 지배하던 조선조시대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신중함과 차분함이 미덕이었다. 그러던 것이 식민지시대, 한국전쟁, 60∼70년대의 급격한 ‘압축성장’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각박해지자 여유보다는 눈치 빠르고 동작 빨라야 산다는 생존철학을 익히게 됐다는 얘기다. 특히 5·16이후 군사정권이 심어논 ‘결과지상주의’가 과정의 중요성을 무시함으로써 각종 비리와 안전불감증 등 사회적 폐단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한탕주의’도 여기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얼마전 경남 창원에서 “차를 빨리 빼지 않는다”고 부자가 지체장애인 운전자에게 주먹을 휘둘러 공분을 사더니 이번에는 승객이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 택시운전사와 시비를 벌이다 경찰에 입건됐다고 한다. 자신도 택시운전사인 이 승객은 “교통신호를 다 지키면 언제 돈버냐”고 준법운행하는 택시운전사를 혼냈다고 하니 기가 찬다. 정치인, 공직자 등 위 아래 구별없이 법을 무시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 같아 한심스럽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