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의심의 사슬로 얽매인 세상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3-30 23:05


의심의 사슬로 얽매인 세상





핵무기가 우리가 사는 도시로 날아오고 있다. 10분이 지나면 도달하고, 1000만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한다. 우리는 적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반격하지 않으면, 대응 능력을 잃고 결국 패배하게 된다. 당신이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면, 특정되지 않은 적국을 상대로 반격 핵무기를 쏠 수 있는가.


강렬한 현실감과 긴장감을 자아내는 전쟁 영화를 좋아한다면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 등을 만든 캐스린 비글로 감독을 모를 수 없다. 특히 지난해 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최신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아주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이 영화는 정체불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시카고를 향해 발사된 후 착탄까지 남은 단 24분 동안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을 다룬다. 영화는 평범한 아침, 알래스카의 미사일 방어 기지에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포착하며 시작된다. 발사 지점은 불분명하지만 궤적상 목표지는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 시카고다. 미국은 즉각 요격 미사일(GBI)을 발사하지만, 요격에 실패한다(이 부분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했다). 이제 시카고가 핵 공격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누가 쐈는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 어느 국가의 소행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복 대상을 정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영화는 시카고 상공에 미사일이 도달하기 직전, 대통령이 반격을 위해 다수의 잠재적 적국을 향해 핵무기 버튼을 누를지 최종 결정을 내리려는 찰나에 끝을 맺는다. 결과적으로 시카고에 핵무기가 떨어졌는지, 실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지, 대통령이 반격을 결단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라는 제목처럼, 인류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 가득한 집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경고하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다.


넷플릭스 콘텐츠로 유명해진 '삼체' 소설판을 보면 '의심의 사슬'이란 개념이 나온다. 우주에서 두 개의 문명이 서로를 발견했을 때, 서로가 선의인지 악의인지 속내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끝없는 의심은 불신으로, 그리고 생존을 위한 적개심으로 확대된다. 결국 내가 살기 위해 잘 모르는 상대를 파괴하는 행위가 지속된다.


국가 간의 전쟁뿐만이 아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의심의 사슬에 얽매인 우리는 평소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편견과 오해 그리고 적개심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살고 있을까. 이웃을 잠재적 범죄자로, 동료를 추월해야 할 경쟁자로, 인터넷 커뮤니티와 뉴스에 등장하는 불특정 다수를 악인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집 안에 다이너마이트를 채우게 된다.


뉴스와 뉴스 댓글을 보면 불특정 다수는 언제나 선의와 진실을 외치며 사람들의 잘잘못을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100% 자기객관화가 돼 있겠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구처럼 나의 무지와 잘못엔 관대하면서, 정작 상대방의 작은 실수엔 죽일 듯이 달려들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본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점점 개인화돼 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 되뇌어 봐야 하는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