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산아래 詩’ 개정 칠곡책방에서 열리는 북토크
꽃들에는 모두 아픔이 새겨져 있다
작은 꽃숭어리를 단단히 엮어두는 소국의 꽃받침 같은 강인함 돋보여
대구 지역 시집전문 독립서점 네트워크 ‘산아래서 詩 누리기’ 서른다섯 번째 자리로 박언숙 시인을 초청해 북토크 「여기는 동지입니다」를 연다. 행사는 11월 26일(수) 오후 5시, 대구 북구 동천로에 위치한 ‘산아래 詩 개정 칠곡책방’에서 열린다.
이번 북토크는 박언숙 시인이 신작 시집 『여기는 동지입니다』에 담은 세계를 독자들과 직접 나누는 자리로 마련된다. 깊은 일상의 감각과 생의 이면을 섬세하게 길어 올리는 그의 시적 언어는, 소박한 사물에서 빛을 건져 올리는 ‘동지(冬至)적 감각’으로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삶의 언어로 빚어낸 ‘동지의 시학’
박언숙 시인은 1960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2005년 《애지》로 등단했다. 시집 『잠시 캄캄하고 부쩍 가벼워졌다』에서부터 삶의 미세한 떨림을 집요하게 포착해온 그는, 제5회 이윤수문학상 수상과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박언숙 시인은 그동안 일상의 가장 낮은 자리, 가장 작은 사물의 떨림 속에서 인간의 생을 포착해온 시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번 신작 『여기는 동지입니다』는 사물과 사람의 경계를 낮춘 채 ‘흩어진 노래의 숨’을 모으는 박언숙 시인 특유의 관조와 따뜻함이 응집된 작품집이다. 한 해 가장 낮이 짧은 ‘동지’라는 계절적 은유는 그의 시에 오래 머물러 있는 어둠과 빛, 잎과 그림자, 소리와 침묵의 층위를 더욱 깊고 맑게 드러낸다.
장옥관 시인은 이 시집을 “소국에 비유될 단단한 시집”이라고 평한다. “장미, 모란 같은 화사한 얼굴 대신 냉이, 민들레의 ‘뒤척이는 향기’를 쫓는 그의 시는 ‘흩어진 노래의 숨 모으는’ 생의 이면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했다. 참외·방울토마토·능소화·너도밤나무 같은 식물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쌀벌레·붉은등우단털파리처럼 미물에까지 눈길이 가닿는 것은 바로 그 ‘생의 밑천’을 오래 들여다본 자의 감각 때문이다. 장 시인은 “피는 꽃 대신 지는 꽃의 배면을 더듬는 속내는 숙명처럼 깊다”고 말하며 박언숙 시인의 시를 ‘작은 꽃숭어리를 단단히 엮어두는 소국의 꽃받침 같은 강인함’으로 설명한다.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을 “꽃들에는 모두 아픔이 새겨져 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이는 비관의 선언이 아니라 사유의 출발선이다.
시낭송과 서정적 교감의 자리
이번 행사의 진행은 ‘산아래 詩 누리기’를 기획해온 박상봉 시인이 맡는다. 박언숙 시인의 시 세계를 독자의 감각으로 끌어오며, 작품의 배경과 정서, 창작 과정 전반을 섬세하게 묻는 대담이 이어질 예정이다. 시낭송 코너에는 모현숙, 서정희, 이난희, 차회분 시인 등이 참여해 시집의 주요 작품을 낭송하고 토론을 펼친다.
이 자리에서 박언숙 시인의 신작 세계는 낭독의 음성으로 더욱 또렷한 결을 드러낼 전망이다. 특히 시집에 등장하는 능소화, 너도밤나무, 참외와 토마토 같은 식물의 이미지들은 낭송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행사는 또한 작가와 독자가 긴 호흡으로 시를 나누는, 조용하지만 깊은 문학적 연대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 후에는 저자 사인회가 이어지며, 시인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뒤풀이 시간이 마련된다.
지역 독자와 작가의 만남, ‘산아래서 詩 누리기’의 확장
한편, 전국 열다섯 곳의 ‘산아래 詩’ 책방 네트워크가 이어오고 있는 연속 문학 기획 ‘산아래서 詩 누리기’ 시리즈는 2023년 7월 이하석 시인 초청 북토크 이래 서른다섯 번째 순서를 맞이했다. 전국의 시집전문 독립 책방이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문학 프로그램으로, 지역 시인과 독자가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지역과 지역을 잇는 풀뿌리 문학연대의 플랫폼을 만들어왔다. 다음 행사는 29일 경북 경산 ‘백자로 137page 산아래 詩’ 책방이 바톤을 이어받아 정이랑 시인 초청 북토크를 이어 간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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