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권리와 다수의 행복, 두 가치가 맞부딪칠 때 우리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철학적 시각에서 정의와 공리주의의 충돌을 짚으며, 인간의 권리와 사회적 합리성 사이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를 제기한다.-이원희기자-
시몬 전영진
정의 대 공리주의
시몬 전 영진
어쩌면 우리 시대에 살고 있는 백성들은, 개개인들의 사상이나 무슨 주의 개념이 봉건시대와 달리, 각자 본인에게 인권적으로 주어진 이유로, 서로 간에 많은 상충과 혼란을 겪으며 살고 있다고 보여 진다.
한 마디로 전근대 시대에 횡행했던 일방 통행식의 사고의 흐름은, 각자 인격이 존중되고 있는 합리주의, 과학 만능의 21 세기 시대에서 바라보면 실로 요원한 격리감이 든다.
이제 나는 인간의 정의라는 고정 논리와, 공리주의가, 마치 대양 위의 배가 자주 충돌하듯이, 우리들의 사회생활 현장에서 왜 곧 잘 상충되는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본 사례는 실지로 영국에서 1884년 여름, 선원 네 명이 구명보트에 올라탄 채 육지에서 1600킬로미터 떨어진 남태평양을 표류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조명해 보려 한다.
그들은 식량이 제대로 구비되지 못해 겨우 순무지 통조림 두 개뿐, 마실 물도 없었다. 토마스 더들리가 선장 역할을, 에드윈 스티븐스는 일등 항해사 역을, 에드먼드 브룩스는 일반 선원이었다. 이들 모두는 보통 인격을 갖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일곱 살의 남자 아이, 리챠드 파커는 사환직분으로 처녀항해를 나선 것이다. 파커는 “젊은이의 야심을 품고 희망에 가득 차” 이 번 항해에 참가하였다.
그러나 불행은 그에게 닥치고야 만 것이다. 그들은 하염없이 지평선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배가 구조해주기를 기다렸다. 처음 며칠 동안은 순무지만 정해놓은 양 만큼 조금씩 먹었다.
그 다음 날은 다행이 바다 거북이를 한 마리 잡았다. 다시 며칠 동안은 거북이와 순무지로 연명하며 견뎌야 했다. 그리고는 이후 십여 일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못해 기진한 채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파커는 구명보트 구석에 기진하여 누어만 있었다. 다른 선원의 충고를 무시하고 바닷물을 마시다가 병이 난 탓이었다. 그들은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19일째 되던 날, 선장 더들리는 제비뽑기를 해서,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정하자고 했다. 그러나 브룩스는 거부했다. 여전히 배는 보이지 않았다. 더들리는 브룩스에게 고개를 돌이라고 하고는 이번에는 스티븐스에게 파커가 희생되어야 한다고 몸짓으로 전했다, 더들리는 파커에게 접근한 뒤 칼로 파커의 경동맥 급소를 찔렀다.
양심상 그 섬뜩한 하사품을 거절하던 브룩스도 나중에는 자기 몫을 받았다. 이후 나흘간 세 남자는 식용 대용으로 남자 아이, 파커의 살과 피로 연명했다. 드디어 배가 나타나, 생존자 세 명이 모두 구조되었다. 이들은 영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 일반 선원, 브룩스는 증인으로, 선장 더들리와 항해사, 스티븐스는 재판에 회부되었다. 이들은 파커를 죽여 그를 먹은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 그러나 법리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판결을 내린다면, 그 남자아이 파커를 죽여, 가해자가 생명을 연장하려 했던 짓이 도덕이나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행위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피고 측은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세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의 심리에서 적어도 두 가지 반박에 맞닥뜨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파커를 죽여서 얻은 이익이 그들에게 발생될 희생보다 정말로 더 컸는가?
살아난 생존자와 가족의 행복을 고려한다 해도, 그러한 몰인정한 살인을 허용한다면 사회 전체로 보아 살인에 반대하는 규범이 약화되거나, 법을 멋대로 해석하려는 성향이 늘어나거나... 또는 그 무방비 상태의 남자아이를 죽여서 먹는 행위는 사회의 비용이나 이익을 계산하기에 앞서 용납할 수 없고 쉽게 떨치기 힘든 비인간적인 잔혹 행위가 아닌가? 영국의 도덕 철학자이자 법 개혁가인 벤담은 ‘공리주의 원칙’을 스스로 정립했다.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 쾌락이 고통을 넘어서는 것, 옳은 행위는 ‘공리=유용'을 극대화하는 모든 행위라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공리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은 개인의 절대적인 타고난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만족의 총합에만 관심을 두는 탓에 개인을 짓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리주의 논리만이라면 다음 사례를 보자. 담배 회사, 필립 모리스는 체코에서 담배 사업이 한창이다. 체코는 흡연이 대중의 애호품으로 선호되는 곳이다. 그런데 체코 정부는 흡연에 따른 의료비용 증가를 우려해,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필립모리스는 세금 인상을 막기 위해, 흡연이 체코의 국가 예산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 작업을 의뢰했다. 그 결과, 정부는 흡연으로 손해가 아닌 이익을 본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유인즉, 흡연자들은 정부의 의료 예산을 높이지만, 결국에는 일찍 죽기 때문에 노년층을 위한 의료·연금·주거 부문에서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를 낳는다는 이야기다. 이 비용·편익 분석으로 필립 모리스와 대중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어떤 사람은 이런 논평을 내놓았다. “예전에는 담배 회사들이 담배가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린다.” 대중의 분노와 야유가 거세지자 필립 모리스의 최고 경영자는 이번 연구가 “인간의 기본 가치를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무시했다.”며 진정어린 사과를 했다. 이 사례에서 분석해 보았듯이, “나의 한 인간으로서의 독립은 당연히 절대적이다. 개인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주권을 갖는다.”라는 논지가 주목받은 것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정치》상인과 서생
상인과 서생 “선비는 열 손가락이 유약하여 힘든 작업을 감당 못하니 밭을 갈겠는가, 김을 매겠는가, 거름을 주겠는가. …어찌하여 선비는 손발을 놀리지도 않고 땅에서 생산된 것을 빼앗으며 남이 노동한 것을 삼켜 먹는가. 대저 선비가 놀고 먹기에 땅에서 나는 이(利)가 다 개척되지 않고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은 ‘전론(田論)’에서 선비가
-
《인문사회》치마길이와 경기
치마길이와 경기 아프리카의 스와질란드 정부는 2000년 여름, 여학생들은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10살이 넘는 여학생들은 무릎을 덮는 치마를 입어야 하고 이를 어기면 국외로 추방되는 처벌을 받아야 했다.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를 금지한 이유는 교사와 학생들간의 성관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 국민의 4분의 1이 에이즈에
-
제10회 작가정신문학상에 황명자 시인 『남천일기』로 수상
대구경북작가회의(회장 신기훈)는 오는 12월 20일 오후 4시 대구문학관에서 2025년 정기총회를 열고, 제10회 작가정신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번 문학상 수상자는 황명자 시인으로, 수상작은 포토에세이집 『남천일기』이다. 작가정신문학상은 대구경북작가회의가 지난 1년간 출간된 작품집 가운데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로
-
《인문》학파(學派
학파(學派) 한국 역사상 최고의 학문적 논쟁은 조선중기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그의 제자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간에 벌어진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이다. 퇴계와 고봉은 무려 8년여에 걸쳐 편지를 주고 받으며 논쟁을 벌였다. 이(理)와 기(氣)를 둘러싼 두 사람의 ‘존재론 논쟁’은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 문제제기로 조선 성리학의 독창적 학풍을
-
.《인문》 김지하
김지하 이 세상에서 순금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것은 세월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도, 정치도, 시(詩)도 그러할 터. 한 세대전 이런 시를 쓴 시인이 앞으론 동화작가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다. 공화당 정권 18년 동안, 특히 유신독재 시절 시인 김지하는 저항, 민족, 민주화, 도피, 유랑, 고문, 사형수,
-
《인문사회》원로의 분열
원로의 분열 고대 로마 시절,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1인 체제가 굳어지자 키케로는 친구 아티쿠스에게 권력에서 밀려난 원로의 비애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과거에는 정치가 노련하고 원숙한 사람들의 일로 되어 있었네. 그러나 이젠 누군가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의 일이 되어 버렸네. 이렇게 되면 노쇠한 정열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원
-
《인문사회》바람, 바람
바람, 바람 얼룩말은 독특한 체질로 피부를 관리한다. 몸 표면의 검은 무늬줄은 햇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흰바탕보다 온도가 높다. 검은 줄과 흰바탕 사이에는 온도 차이가 생기고 자연히 기압의 차이도 생긴다. 기압의 차이는 곧 바람을 일으키고 이것으로 평소 피부를 잘 가꾸는 것이다. 이렇듯 바람이라면 지구상에서 생기는 모든 공기의 움직임을 뜻한다.
-
《인문사회》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 옛 북미 인디언 부족사회에는 ‘포트라치(potlatch)’라는 의식이 있었다. 특정한 날을 정해 모든 부족원들이 모피 등 잉여재산을 내놓고 파괴하거나 이웃에게 나눠주는 의식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존재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재화를 스스로 불태웠다”고 해석했다. 영국
-
《인문사회》비워서 채운 마음
비워서 채운 마음 1960년대만 해도 “서서히 망하려면 운수업을 하고 단번에 폭삭 망하려거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라”는 말이 유행했다. 고무신, 막걸리에다 돈봉투돌리기 등 금권선거가 판을 치던 그때 승산없는 출마는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한차례 출마에도 제집 살림을 바닥내기 십상이고 두번 떨어지면 처갓집 기둥뿌리까지 뽑힐
-
[PRNewswire] 구딕스, 삼성전자에 첨단 기술 협력
[PRNewswire] 구딕스, 삼성전자에 첨단 기술 협력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에 첨단 폴더블 터치 및 지문 솔루션 공급 선전, 중국 2025년 12월 9일 /PRNewswire=연합뉴스/ -- 구딕스 테크놀로지(Goodix Technology)가 12월 8일 자사의 업계 선도적인 메인 및 서브 터치스크린 컨트롤러와 초슬림 측면 키 정전식
-
《인문》새벽시장 언 손 녹여주는 고마운 화톳불
새벽시장 언 손 녹여주는 고마운 화톳불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새 12월. 덩그러니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뭔가에 쫓기듯 조바심이 납니다. 대책 없이 놀기만 하다가 겨울을 맞이한 베짱이의 심정입니다. 마음이 스산하니 몸이 더 추운 걸까요. 이른 출근길에 지나게 된 새벽시장에는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좌판의 생선도 꽁꽁 얼 만큼 춥네요. 가뜩이나 손님도 뜸한
-
《사설》여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을
여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을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여성 보좌진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장 의원은 결백을 강조하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다.
-
해남배추 캐나다 시장 뚫었다…1천톤 수출
해남배추 캐나다 시장 뚫었다…1천톤 수출 전라남도는 26일 해남 산이면에서 해남배추 1천 톤 캐나다 수출 선적식을 개최하고, 북미시장을 겨냥한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선적은 전남도·해남군·수출기업이 협력해 추진한 성과로, 해남배추가 캐나다 H마트에 대규모로 공급되는 첫 공식 일정이다. 행사에는 명현관 해남군수, 전남도 신현곤 국제협력관,
-
[연재]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여덟째 날
별이 반짝이는 소리. 천지는 태고적 나를 보고 있다. 가스버너에 커피 물을 올려놓은 채 그 자리에서 우린 기절한 듯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3시간이 지나 있다. 개운한 몸은 놀란 토끼 모양새다. 560.30km 400m 앞까지 비추는 우리 차의 헤드라이트 하이빔 불빛 앞에 241번 주자의 차가 비참한 형태로 전복되어 있다. 단단한 모래
-
서초구, 빈틈없는 한파 종합대책으로 '한파 피해 제로' 추진
서초구, 빈틈없는 한파 종합대책으로 '한파 피해 제로' 추진 서울 서초구(구청장 전성수)가 다가오는 겨울철을 맞아 오는 2026년 3월 15일까지 4개월간 '25/'26년도 겨울철 한파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는 주민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한파 상황관리 체계 구축 ▲주민친화형 한파저감 시설 운영 ▲한파쉼터 운영 ▲한파 취약계층
-
《정치》트럼프 보란듯…첫날 ‘다자주의’ 선언한 G20 정상들
트럼프 보란듯…첫날 ‘다자주의’ 선언한 G20 정상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G20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
-
인문칼럼]구름 아래 잠든 나라 -고성 송학동 고분군의 말 없는 역사-
경남 고성의 들녘을 따라 걷다 보면 낮은 구릉 위에 점점이 박힌 봉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드러나는 봉긋한 언덕들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속에 천오백 년을 품고 있는 세계가 숨어 있다. 이곳, 송학동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 고분군’의 중요한 한 갈래로, 소가야가 남긴 마지막 숨결이 서린 자리다. 5세기
-
《사설》‘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정부가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로 내란 동조 공직자를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나 “과도한 내란몰이” “공직자 솎아내기”라는 우려와 ‘적폐청산’의 정치적 논란이 재소환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과정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으로
-
《사설》‘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정부가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로 내란 동조 공직자를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나 “과도한 내란몰이” “공직자 솎아내기”라는 우려와 ‘적폐청산’의 정치적 논란이 재소환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과정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으로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