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물러가는 처서(處暑)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의젓한 가을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먼 곳을 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조병화의 시 ‘가을’에서 인용해온 문구인데 저녁이 되면 가을이 고개를 넘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늦더위가 떠나기 싫은지, 아직도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절기상으로 오늘이 더위가 물러가는 처서(處暑)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예전의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다고 한다.
물건만 바람에 말리는 게 아니라 사람의 몸도 바람에 말리는 풍욕이 현대인의 건강관리법으로 유행하고 있다.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다. 이를 지키는 건강 방법 중 하나가 풍욕이다.
요즘은 전국 곳곳에 삼림욕장이 생기면서 자연의학적 관점의 삼림욕이나 풍욕, 일광욕 등이 널리 권장되고 있다.
푸른 숲 속에서 나무가 뿜어내는 생기와 정기를 받아 마시는 생기 목욕법인 삼림욕처럼 풍욕은 원시 자연 상태의 맨몸으로 자연의 대기와 일체가 되어보는 건강법이라고 할 수 있다.
풍욕은 원래 옥외에서 하는 것이 최상이나 통풍이 잘 되는 방이나 거실 등의 공간에서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편안히 앉아 일정시간 동안 맨몸으로 바람을 맞다가 담요나 모포 등을 덮었다가 다시 바람을 맞는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는 실내 풍욕법도 권장되고 있다.
이렇게 알몸으로 담요를 덮고 벗음으로써 인위적인 체온조절을 통해 모공의 수축 확대를 도와 체내에 산소와 질소를 공급하며, 노폐물을 배설시키고 체액의 조화를 이루게 해준다.
평소에 맑은 공기를 될수록 많이 흡수하고, 체내에 독소를 쌓아두지 말고 즉각적으로 배출시키는 이 풍욕을 수행하면, 암은 저절로 예방될 것이며, 또한 암환자라고 하더라도 식이요법, 운동요법과 풍욕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따가운 햇볕도 다소 누그러진 것 같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김광석의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아침이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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