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맥 문정영 발행인 술의 둠스데이로 드러낸 시의 폭풍
문정영 시산맥 발행인
시전문지 시산맥 발행인으로 오랫동안 한국 현대시의 기반을 지켜온 문정영 시인의 시집 <술의 둠스데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발행인으로서 수많은 시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던 그가 자신의 내밀한 언어를 독자 앞에 내보이며 다시금 ‘시인’으로 돌아왔다.
문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기후환경, 4차 혁명의 소재가 사랑, 이별의 감성을 만나 말랑말랑해졌고, 슬픔도 때로는 빈 둥지 같은 내 눈동자를 닮아간다”며 “뜨거운 계절에 덜 익은 과일을 내놓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거대한 시대의 의제를 감성의 언어로 환원해낸 것이 이번 작품집의 특징이다.
시집 속 "겨울 나비"는 그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겨울 나비
저 가벼운 몸에 우주의 농담이 있다
구겨진 휴지 같은 너는 햇살을 허기로 적는다
절절하게 내려 앉은 꽃의 입구가 붉었다는 기억
시들지 않기 위해 꽃대에서 끌어올린 수액들
저 꽃이 지지 않았으니 너는 다시 봄으로 날 수 있다!
겨울 나기 위해 날개를 말려야 해 농담해
들어올려 본 것 중 가장 가벼운 꽃 그늘 속에
너의 허기가 가라앉아 있다
한때의 환희를 너의 가는 다리가 매달고 있다
꽃의 배곱에서 날개를 접었다 펴는 상상
겨울 폭풍이 시작한다 -전문-
추천글
문정영의 시는 삶의 찰나를 응시하며 쓴 서정적 이야기다. 혼잣말이다. 따뜻한 물음이고 뼈 아픈 실언이다. 그는 기억이나 감정을 날실과 올실 삼아 삶의 비밀을 직조한다. 어디에도 거짓과 허장성세가 없다. 올곧고 정직하다. 「저어, 저어새」 「탄소발자국」 같은 시는 깊은 관조의 시선이 도드라진다. 시집에는 이런 매혹적인수작들이 풀숲에 머리를 처박은 꿩같이 숨어 있어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 장석주(시인·계간 『시산맥』 주간)
시집 『술의 둠스테이』는 편편이 사랑이다.
거의 전편이 사랑에 관한 탐구이자 언어적 좌표다.
필연적으로 시는 사랑일까?
“사랑은 지상에서 가장 빛나는 축제”라고 믿는 시인은
마침내 “마지막 사랑을 목숨으로 기다려야겠다”라고 노래한다.
-김이듬(시인·계간 『웹진시산맥』 주간)
문정영 시인을 오래 곁에서 지켜보며 내가 얻은 단어는 ‘어질다’였다. 여러 사람을 살피고 돌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어진 이, 헤아리고 살피는 사람의 문장은 단단하고 깊고 다정하다. 곧고 순일한 마음은 멀리, 또 깊이 가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문정영 시인에게서 배웠다. 어진 이는 저어할 줄 알기에 “따듯한 곳으로 슬픔을 옮기”(「저어, 저어새」)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시인의 성정을 닮아 편안하고 선선하여서, 곁에 두고 오래 마음을 기대고 싶은 시집이다.
- 이혜미(시인·계간 『시산맥』 편집위원)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나비의 날갯짓은 연약해 보이지만, 그 안에 환희와 상실, 생존과 재생의 의지가 응축돼 있다. 문정영발행인은 이를 통해 인간 존재가 마주한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잘 드러냈다.
<술의 둠스데이>는 술이라는 현실적 감각과 ‘둠스데이(심판의 날)’라는 극단적 이미지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개인의 고백과 시대적 질문을 함께 풀어낸다.
문정영 시인은 이번 시집을 “조각칼로 나뉘는 순간마다 길어 올린 언어의 결”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기후위기와 기술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시대가 마주한 ‘심판의 징후’를 드러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술의 둠스데이>는 덜 익은 과일처럼 불안정하고 쓰디쓴 맛을 품고 있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지구와 인간 존재의 마지막 질문을 마주한다. 문정영의 시 술의 둠스데이는 우리에게 묻는다.
심판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우리는 어떤 언어로 그 날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문정영 발행인은 전남 장흥 출생으로,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꽃들의 이별법, 두 번째 농담, 술의 둠스데이 등 7권을 출간했으며, 계간 <시산맥>과 <웹진시산맥>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동주문학상, 기후환경문학상, 기후환경어린이백일장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을 세 차례 수혜받았다.
이원희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학》 꽁치구이와 인문학
꽁치구이와 인문학 우리 동네엔 꽁치구이가 유별난 밥집이 있다. 그 집 꽁치는 파랗고 탱탱한 살집이 일품으로 출출한 발길이 그 구수한 유혹을 떨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열흘 전 일이다. 자르르 맛깔난 꽁치구이 한 점을 막 집어들려는데 좀처럼 술을 입에 대지 않던 아줌마가 반쯤 남은 소주병을 들고 와 잔을 권하며 탄성처럼 말을 토한다. “돈벼락 좀
-
《인문사회칼럼》 시간강사·인문학의 위기
시간강사·인문학의 위기 조카 아이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역사를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나중에 뭐 먹고 살려고 그런 공부를 하느냐며 걱정을 했단다.사실 인문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인문학을 업으로 삼게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것이다. 그런데 학부 시절, 선생님들은 조카아이에게 학문에 대한 열정, 인문학을 통해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
《인문사회칼럼》 인문학 바람
1. 인문학 바람 ? 올해 대학생이 된 조카아이가 학교에서 받아 온 학교 생활 안내서를 우연히 들춰보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이 지긋지긋하다던 아이가 대학에 가서 뭘 배우고 어떤 생활을 할지 궁금했습니다. 안내서에는 대학 4년간 교육과정, 전공과목 소개, 진로·직업 소개 등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다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
《인문사회학칼럼》인문학과 향연
인문학과 향연 요즘 대학가에서는 각종 논문 발표 행사가 유례없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발표할 논문 쓰기에 바빠서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고 학생 교육은 뒷전인 경우도 많다. 대학 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개인의 역량을 논문의 수로 가늠하게 된 데 따른 결과다. 대학의 학술행사를 통상 ‘심포지엄’이라 부른다. 이 말은 인문학 분야의 토론회를 일컫는 데
-
한국매일뉴스 최용대 발행인 제1회 ‘아름다운 시집’ 선정 【창작지원금 3천만원】
한국매일뉴스 (최용대 발행인)은 우리나라 예술 작가들의 열악한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문학 생태계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아름다운 시집’ 선정 및 창작지원금 제도를 올해 처음으로 도입했다. 최용대 발행인은 “상업성과는 거리를 두고 문학적 성취를 중시하는 작가에 힘을 보태어 한국 예술의 다양성과 창작 기반 환경을 넓히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며,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제도”-이원희기자-
[한국=문화·예술] 많은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에 평생을 바치지만, 정작 생계·법적 보호·사회보장 면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된 기관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가 존재하는 사실조차 모르는 예술인들이 많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복지법에 근거해 설립된
-
《인문사회칼럼》 보통사람에 부는 ‘인문 바람
보통사람에 부는 ‘인문 바람’ “문학과 철학이 내 인생의 객관적 모습을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달라지게 했다. 처음으로 딸에게 편지를 썼다.” 8년째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씨(56)의 말이다. 이씨는 서울시가 노숙자 등을 위해 마련한 ‘희망의 인문학’ 과정에 참여한 뒤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이씨의 말은 어느 위대한
-
《인문정치칼럼》 인문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이유
인문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이유 인문학이 위기라 한다. 이미 진부해져 버린, 하지만 나름대로는 심각한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거론하고자 한다. 진부해졌다 함은 그토록 많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함은 인문학의 위기가 인문학 연구자 및 관련 종사자만의 그것이 아닌 한국 사회 전반의 위기를 경고한다는
-
《인문사회문학》일본 국수주의와 인문학
일본 국수주의와 인문학 일본의 소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대표격인 자들이 일본이나 아시아 역사가 아니라 독일의 철학이나 문학 등을 전공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은 독일 찬양자, 특히 독일이 그 도발로 비난받는 제1, 2차 대전은 물론 그 역사의 찬양자로서 그 중에는 저명한 니체 연구자도 있다. 그런 독일 찬양자는
-
《사설》인천상륙작전 75주년
인천상륙작전 75주년 더글러스 맥아더(자리에 앉은 사람) 유엔군사령관이 1950년 9월 15일 상륙지휘함 마운트 맥킨리호에서 인천상륙작전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맥아더 왼쪽에서 망원경으로 전방 상황을 확인하는 사람이 에드워드 알몬드 10군단장이다. 해리 트루먼 도서관 9월 15일은 인천상륙작전이 75주년을 맞는 날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지휘를 받는
-
《사설》 78년 만 검찰청 해체, ‘또 다른 괴물’ 낳지 않도록
78년 만 검찰청 해체, ‘또 다른 괴물’ 낳지 않도록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 많던 수사구조 개편이 일단락됐다. 정부·여당이 7일 확정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에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중대범죄수사청)와 기소(공소청)를 분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1년 유예기간 뒤
-
《사설》 수출보국, 수입애국
수출보국, 수입애국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로 성장해왔다. 전후 폐허 위에서 오직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이 나라를 일으켜 세웠고 '수출보국(輸出報國)'이라는 말이 국민적 구호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찬란한 수출 성과의 이면에는 언제나 묵묵한 수입이 있었다는 점이다.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는 한국 기술의 상징이지만, 그
-
<사막에 지다> 한국인 최초 '펜과 엔진으로 사막을 횡단한 예술가 '최종림 작가의 리얼 체험 수기
오늘부터 '펜과 엔진으로 사막을 횡단한 예술가' 최종림 작가의 책, 『사하라에 지다』를 신문 연재로 만나보게 된다. 우리는 종종 작가를 고즈넉한 서재에 앉아 펜을 든 고독한 존재로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최종림 작가의 삶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드라마틱한 현실 모험 그 자체이다. 최종림 작가는 문학에 정통한 시인이자 소설가다. 그의 이력에서 가장 빛나는
-
지난 주 가정법원 에서 있었던 재판장의 판결
지난 주 가정법원 에서 있었던 재판장의 판결 김귀옥(60·사법연수원 24기) 신임 인천지방법원장은 명성여자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5년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1995년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공직생활에 입문해 수원지방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을 역임했다. 서울동부지법
-
《사설》 40년뒤 韓국가채무 비율 156% …'국가 위기' 프랑스보다 높아
40년뒤 韓국가채무 비율 156% …'국가 위기' 프랑스보다 높아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인해 40년 뒤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현재의 3배로 폭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억대 빚쟁이가 되는 셈이다. 재정파탄을 막는 방법은 한 푼이라도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이지만, 정부는 2029년까지 재정을 풀겠다는
-
나눔으로 세상의 빛이 되어 준 '안성 ESG나눔기업' 15곳에 'ESG나눔기업패' 전달
나눔으로 세상의 빛이 되어 준 '안성 ESG나눔기업' 15곳에 'ESG나눔기업패' 전달 경기 사랑의열매(회장 권인욱)는 5일(금) 오전 11시 30분 안성시의 15개 기업 및 법인에게 'ESG나눔기업패'를 전달했다. 안성시에서 열린 전달식에는 김보라 안성시장, '안성 ESG나눔기업(법인)' 15곳의 대표자, 권인욱 경기 사랑의열매 회장이 참석했다. 경기
-
고흥군-㈜칸코쿠 노리 재팬, 일본 공동마케팅 협약식 열려
고흥군-㈜칸코쿠 노리 재팬, 일본 공동마케팅 협약식 열려 "고흥의 청정 바다에서 자란 김이 일본 전역에서 프리미엄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지난 4일, 일본 현지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공영민 고흥군수의 힘 있는 목소리에 자리한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고흥군과 일본 ㈜칸코쿠 노리 재팬(Kankoku Nori Japan Co., Ltd.)은
-
《사설》 中 열병식의 정치학
中 열병식의 정치학 중국이 3일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전승절 열병식을 거행했다. 1949년 이후 매년 건국절(10월 1일)에 열병식을 연 중국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 발생한 때인 1960년부터 24년간 중단했다가 1984년 재개했다. 건국절이 아닌 전승절에 톈안먼에서
-
《사설》 왕비의 비극, 김 여사의 막장극
왕비의 비극, 김 여사의 막장극 역대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구속 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극적인 인생은 드라마와 역사 속 인물과 비교되곤 한다. 강한 권력욕으로 남편을 왕위에 올려놓고 함께 몰락하는 셰익스피어 비극의 맥베스 부인 같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친정 식구들을 동원해 국정 전반을 주물렀던 명성황후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명품백 스캔들이 터졌을 땐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