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시 묻는 철학, 웰라이프의 길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잘 산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한판암 교수의 이번 칼럼 「웰라이프의 반추」에서 웰빙(well-being), 웰리빙(well-living), 웰에이징(well-aging), 웰다잉(well-dying)을 아우르는 ‘웰라이프(wel-life)’의 철학을 되짚어 보며,
부의 축적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삶의 균형과 존엄에 대해 어떻게 건강하게 나이 들고, 어떻게 곱고 품격있는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한국매일뉴스/이원희 기자]
웰라이프의 반추
‘보다 나은 삶’ 혹은 ‘행복한 삶’인 웰라이프(wel-life)에 대한 소회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너나없이 부의 축적에 모두걸기를 하다가 물질적인 부와 정신적인 가치관 사이에 발생하는 불균형으로 소외, 우울증, 정신적 공황을 겪는 경우가 빈발함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골칫거리와 화두를 던져 주고 있다. 이런 세월에 보다 참된 삶을 누리며 나이에 걸맞게 곱고 고상하게 노후를 보내고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있는 축복에 대해 생각한다.
삶의 형태 중에서 웰라이프와 굿라이프(good life)의 구분 방법이 뭘까. 최근에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된 웰라이프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건강과 행복을 토대로 하여 조화를 이루어 누리는 삶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서 굿라이프는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설정된 이상적인 형태의 삶을 누리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성취감이나 지배욕 또는 소유욕 따위를 최상의 목표로 꼽을 수 있겠다.
웰라이프의 첫걸음은 ‘참살이’ 즉 웰빙(wel-being)이다. 웰빙은 개인적으로 육체적 ‧ 정신적 ‧ 사회적인 관점에서 건강을 포괄하는 함의를 지닌다. 따라서 단순히 무병하거나 건강한 경지를 넘어서 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지속적인 사회적 유대관계 따위를 충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웰빙은 질적인 삶의 향상은 물론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한편 행복감을 높이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잘 삶’ 즉 웰리빙(wel-living)이 함축하는 의미를 되새긴다. 이는 끊임없는 방식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함을 뜻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친환경적인 식단 운영과 조절, 육체적으로 적정한 운동, 정신적 안정을 기할 생활의 영위 따위를 추천하고 있다. 이들 방식을 통한 삶을 추구하면서 ‘건강하게 나이를 먹어가기’ 즉 ‘성공적인 노화’ 다시 말하면 웰에이징(wel-aging)을 지향하게 마련이다. 본디 이는 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그에 걸맞게 나이를 먹도록 대응함을 말한다. 앞에서 열거한 철학을 구현하려고 나이가 들면서 건강한 노후를 맞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웰빙을 유지할 대책으로서 결국 ‘행복하고 곱게 늙어 가겠다.’는 목표를 겨냥한 포석인 셈이다. 이상의 취지를 성취하려면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적정한 대인관계, 균형적인 영양 섭취, 건전한 운동과 지속적인 활동 등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에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을 생각한다. 향후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게 웰다잉(wel-dying)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육체적인 건강 외에도 정신적인 안정과 만족의 방안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는 기계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기 위한 ‘잘 사는 것’ 즉 웰라이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때 웰다잉은 삶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존엄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따라서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길을 모색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결국 웰빙 및 웰리빙의 사상과 가치관을 실천함으로써 행복하고 건강한 보람된 삶을 누리다가 웰에이징의 실천을 통해 곱고 우아하게 늙어가면서 웰다잉 가치관에 따라 품위가 있고 고상한 죽음을 맞이하는 축복을 웰라이프라고 규정해도 그다지 무리가 없지 싶다.
요약 프로필 / 한판암
ㆍ현재 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경영학박사)
• 경남신문 객원논설위원ㆍ경남IT포럼회칭
• 한국정보과학회 영남지부장.이사.부회창
• 한국정보처리학회 영남지부장.이사ㆍ감사.부회장
최근 신곡문학 대상외 다수
저서 / 수필로 만나는 고사성어 , 신아출판사(2025)외 21집 출간
이원희
기자
김은경 3주 전
멋진분 언제나 파이팅입니다헤드라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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