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석진 칼럼 ]
'못'
'못이 박혔던 자리를 들여다본다 / 찔리고 찢어져 손상된 몸을 /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아픔이다 / '잘 못 했다'에서 못을 뺀다 한들 / 결코 '잘 했다'가 될 수 없듯이 / 나중에 못은 빠져도 상처는 상처 / 애당초 후회할 못은 박지 마라 / 제 자리에 잘 박히든 안 박히든 / 못은 비정하여 박으나 빼나 상처다' 필자의 시 '못'이다. '대못 유감'이라는 부제를 설정할 만큼 못이 상징하는 것은 상처지만 과연 못이 무슨 죄가 있을까?
세상에는 무엇이든 관점에 따른 입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못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억울한 일이다. 망치에 두들겨 맞고 박히는 것일 뿐 스스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주범은 못이 아니라 망치다. 더 엄밀히 말하면 망치를 휘두르며 사정없이 못을 타격하는 인간들인 것이다. 가슴에 대못을 박아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대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지탱해 주는 못이 결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못이 얼마나 억울한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원망하는 우리들인데 사실은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남에게 타격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걸 망각한 까닭이다.
인과응보는 불변의 진리이다. 뼈아픈 상처를 주고 나서 상처 준 적이 없다고 거짓말로 타인을 속일 순 있어도 하늘은 속일 순 없다. 또한 그 거짓말은 상처에 또 다시 상처를 내는 일이라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살다 보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쑤셔 더욱 아프도록 헤집는 일이 얼마나 빈번한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악한 존재인지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힘을 상징하는 망치를 휘두르는 인간이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못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그 못에 박힌 흉터는 더더욱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확고부동한 피동적 위해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가슴에 대못이 박힌 채 살아왔다 / 상처 준 사람들 보란 듯 / 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 인내하며 삭인 부풀어 과장된 삶 / 눈물이 뿌려진 양지 바른 언덕 / 햇빛 달궈진 가을 바위에 / 고개 끄덕이는 하늘 보고 누워 / 모든 세상 죄 대속하려 / 십자가에 박힌 못 제거하듯 / 제 손으로 막힌 혈관에 엉겨 붙은 / 녹슨 대못을 뽑는다' 필자의 시 '대못'의 일부이다. 못 중에서도 가장 큰 대못이니 그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하지만 이제는 그 상처조차 용서로 승화시켜야 한다. 쉬운 일은 결코 아니지만 꼭 그래야만 한다. 누구를 위한 용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용서이기 때문이다. 용서로 마음을 완전한 공백으로 만들 때 훗날 세상 떠날 즈음엔 미련없이 하늘로 더욱 높게 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링거처럼 용서가 똑똑 떨어지고 / 피시식 설움이 빠져나가 / 허한 가슴은 바짝 응축되었다 /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 경쾌해진 몸은 떠서 날아다녔고 / 묵은 아픔은 실도랑으로 흐르다 / 강으로 합류하고 / 바다로 안착하여 희석되었다' 시는 그렇게 끝을 맺고 있다.
가슴에 대못이 박힌 채 살아왔다
상처 준 사람들 보란 듯
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인내하며 삭인 부풀어 과장된 삶
눈물이 뿌려진 양지 바른 언덕
햇빛 달궈진 가을 바위에
고개 끄덕이는 하늘 보고 누워
모든 세상 죄 대속하려
십자가에 박힌 못 제거하듯
제 손으로 막힌 혈관에 엉겨 붙은
녹슨 대못을 뽑는다
링거처럼 용서가 똑똑 떨어지고
피시식 설움이 빠져나가
허한 가슴은 바짝 응축되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경쾌해진 몸은 떠서 날아다녔고
묵은 아픔은 실도랑으로 흐르다
강으로 합류하고
바다로 안착하여 희석되었다
<공석진詩 '대못'>
공석진 시인, 칼럼니스트 공석진문학관 관장, 추암문학아카데미 원장 전)파주문예대학 교수, 경기도문학상 수상 시집 '흐린 날이 난좋다. 외6권. 시창작론 글이 시가 되는 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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