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14)] 부재 (不在) / 이정환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11-02 07:06



부재 (不在)


이정환 作


녹쓴 

철문 한 짝

비스듬히 닫힌 빈 집


죽어 묻힐 

자리를 찾아

비틀거리는 방아깨비


아궁이

그 불탄 자리 곁

홀로 드러눕는다


 ◇ㅡ◇ㅡ◇ㅡ◇ㅡ◇ㅡ◇ㅡ◇ㅡ◇


「부재」는 인적이 끊긴 빈집의 풍경을 통해 존재의 상실과 생명의 쓸쓸한 종말을 그려 낸 작품이다.


‘녹슨 철문 한 짝’과 ‘비스듬히 닫힌 빈 집’은 오랜 세월 사람의 손길이 끊긴 공간의 황량함을 드러낸다.


 이어 ‘죽어 묻힐 자리를 찾아’ 비틀거리는 방아깨비의 모습은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상징하며, 독자의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아궁이’와 ‘그 불탄 자리 곁’이라는 시어는 한때 온기가 넘쳤을 집의 과거를 환기한다. 


그러나 이제 그곳에는 생명의 온기도, 사람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다. 방아깨비가 그 곁에 ‘홀로 드러눕는다’는 마지막 구절은 빈집의 적막과 생명의 쓸쓸한 종말을 겹쳐 놓으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사람의 부재를 직접 말하지 않고, 녹슨 철문과 방아깨비의 형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데 있다. 


버려진 집과 생의 끝자락에 선 작은 생명은 서로를 비추며 존재의 덧없음과 고독을 형상화한다.


결국 「부재」는 단순한 빈집의 풍경을 넘어, 사람과 온기가 사라진 자리에서 마주하는 생명의 쓸쓸함을 절제된 언어로 담아낸 서정시조라 할 수 있다.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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