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긴장 고조 피하려는 듯…"공사 지연 막기 위한 엄포용 카드"
김여정, 가동 시점 못 박았다가 이튿날 "대기 상태"로 수위 낮춰
남쪽 바라보는 대남확성기 (강화도=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이 연일 담화를 내고 '국경선 요새화' 작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아가 대남 확성기 재가동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23일 인천 강화군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 지역에 남측을 향한 확성기가 설치되어 있다. 2026.10.23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이은정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대남 확성기 가동을 예고했던 시한인 10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실제 방송 재개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1일 "현재 우리 군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가동 상황이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지난달 21일 발표한 담화에서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에 대응한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문제 삼으며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지 이틀 만에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아 전면 가동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이튿날에는 "대한국 확성기들이 수일 내 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해, 실제 가동보다는 언제든 작동할 수 있는 '대기 상태'에 두겠다는 취지로 다소 수위를 낮춘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북측의 대남 방송을 들었다는 신고가 있었으나, 국가정보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주민들의 증언에 대해 '잘못된 신고'라고 판단했다.
군 역시 전방부대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청취됐다는 보고는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실제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은 배경에는 '국경선 요새화' 공사를 둘러싼 남북 간 긴장 상황을 고조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장은 앞선 담화에서 대남 확성기 재개를 예고하면서도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완료되면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의 경고방송이나 경고사격이 이른바 '국경 요새화' 작업에 방해가 되고 공사 병력이 두려움을 느끼자 이에 대응하려 확성기 방송을 한국을 압박하고 경고하기 위한 엄포용 카드로 꺼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확성기를 재개하면 한국도 맞대응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고, 북한 역시 이를 꺼릴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더 이상 긴장감을 높이기보다는 현재 국면을 소강상태로 안정화하고 공사 지연을 막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