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삼일문고서 ‘가을에 만나는 네 사람의 시인’ 개최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10-19 12:00

수요문학교실 38주년 기념 ‘시인과 독자의 만남’… 21일 오후 6시

이복희·박상봉 시집 북토크, 심강우·류경무 시인 함께해

오는 21일 오후 6시 구미시 금오시장로 6 삼일문고 대강연장에서 ‘가을에 만나는 네 사람의 시인’을 주제로 열리는 ‘시인과 독자의 만남’ 행사 포스터구미 지역의 문학 모임인 수요문학교실은 창립 38주년을 맞아 오는 21일 오후 6시 구미시 금오시장로 6 삼일문고 대강연장에서 ‘가을에 만나는 네 사람의 시인’을 주제로 ‘시인과 독자의 만남’ 행사를 개최한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낮은 곳’을 부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이복희·박상봉·류경무·심강우 시인이 참여한다. 특히 이복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바닥을 읽는 사람』(현대시학)과 박상봉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를 중심으로 시인들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시를 통해 바라본 삶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구미와 통탄을 바쁘게 오가면서 문학활동에 전념해온 이복희 시인은 지난 달 펴낸 두 번째 시집『바닥을 읽는 사람』이 출간 한 달만에 2쇄를 찍는 등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북토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복희 시인의 문학적 출발점과 시선의 확장이다. 첫 시집 『오래된 거미집』에서 사물과 존재의 내밀한 관계를 탐색했던 이 시인은 두 번째 시집『바닥을 읽는 사람』에서 시선을 한층 낮추고 넓힌다. 바닥은 단순히 발아래 놓인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자리이자 삶의 무게가 쌓이는 곳이다. 그곳에는 노동의 흔적과 가난의 기억, 쉽게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의 시간이 켜켜이 내려앉아 있다.


시인은 그 낮은 자리에서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이 서로 맞닿는 지점을 들여다본다. 김천과 구미의 자연에서 체득한 생명의 감각이 개별적인 고향의 풍경을 넘어 보편적인 삶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시집의 중요한 특징이다.


문학평론가 박덕규는 해설 「옆걸음도 뒷걸음도 없이」에서 이복희 시의 특징을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사물 자체의 가치와 자생성·자율성을 발견하는 생태적 관점에서 찾는다”고 하였고, 정일근 시인(경남대 석좌교수)은 이복희의 시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낮은 곳에 오래 시선을 둔다”고 평했다. 모래톱의 돌과 뒷골목의 길고양이, 가시 돋친 나무와 낡은 신발 등이 그의 시에서는 저마다 자신의 삶을 증언하며, 그곳에는 ‘버텨온 것들의 체온’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높고 화려한 곳보다 낮고 소외된 자리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하려는 시적 태도는 오늘날 문학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를 되묻게 한다.


함께 북토크를 갖는 박상봉 시인은 지난해 12월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를 펴냈다. 앞서 『카페 물땡땡』, 『불탄 나무의 속삭임』, 『물속에 두고 온 귀』를 출간했으며, 세 번째 시집으로 제34회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박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사랑과 상실, 기억과 부재, 타인과의 소통을 향한 내면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불이 꺼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말의 온기, 떠난 존재가 남긴 흔적, 관계의 단절 속에서도 끝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이 작품의 중요한 정서를 이룬다.


이하석 시인은 박상봉의 시 세계를 ‘연애 감정의 파문이자 소통을 향한 꿈의 구조’로 읽었으며, 엄원태 시인은 ‘낮은 음역이지만 그윽하고 힘 있는 실존의 언어’라고 평가했다.


이복희 시인이 바깥세계의 낮은 자리에서 삶의 흔적을 읽어낸다면, 박상봉 시인은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깊은 곳에서 말의 흔적을 더듬는다. 두 시인의 시적 지향은 서로 다르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존재와 감정을 오래 바라본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 낭송도 마련된다. 이은숙, 최득실, 김은경 등이 이복희 시인의 시 「바닥을 읽는 사람」,「돌의 지문」, 「환승」 등을 각각 낭독하고 , 경북재능시낭송협회의 김미화, 김옥란, 이나연 등이 박상봉 시인의 시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 「무밭」, 「우리 함께 냉천 갈 때」를 낭송가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날 행사에는 이승희 금오공대 교수, 김지수 단국대 및 서울사이버대 교수, 이해리, 윤창도, 손준호 시인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1988년 출범한 수요문학교실은 38년 동안 구미 지역에서 시 창작과 작품 합평, 문학적 교류를 이어온 문학 모임이다. 문학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의 작품을 읽으며 지역의 문학적 토양을 가꾸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단순한 신간 출판기념회를 넘어선다.


특히 지역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시인들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독자들과 만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지역의 자연과 사람, 생활의 구체적인 경험이 어떻게 한 편의 시가 되고, 그 시가 다시 보편적인 인간의 삶으로 확장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 참가 신청과 문의는 삼일문고(054-453-0031)로 하면 된다.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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