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후보 거론 리베라 가르사 소설 국내 첫 출간
멕시코 작가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멕시코 작가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의 소설 '타이가 열병'이 번역 출간됐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가르사의 작품이다.
소설은 한 의뢰인이 탐정인 '나'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난 아내를 찾아달라는 게 의뢰인의 요구였다.
그렇게 사라진 아내는 마치 자신이 발견되기를 바라는 듯 전보를 힌트처럼 남기고, 탐정은 통역사와 함께 두 사람의 자취를 따라 눈 덮인 타이가로 향한다.
타이가는 북쪽 끝 냉대 침엽수림으로,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늑대들이 맴돌고, 술에 취한 벌목꾼들이 횃불을 들고 다니는 곳이다.
"타이가의 어떤 주민들은 끔찍한 발작을 겪으며 그곳을 벗어나려고 자살이나 다름없는 여정을 감행한다더군요."(10∼11쪽)
책의 제목인 '타이가 열병'은 견딜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자신이 속한 세계를 달아나려는 열병 같은 충동을 말한다.
사라진 남녀에 대한 주민들의 증언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고, 탐정과 통역사가 타이가의 숲속 깊숙이 들어갈수록 사건은 점차 합리의 세계를 벗어난다.
이 기묘한 여정은 잔혹 동화의 세계와 포개진다. 작품 곳곳에 헨젤과 그레텔, 늑대와 빨간 모자 이야기가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타이가 열병 [물결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출판사는 "누아르의 긴장 속에서 시처럼 읽히고 동화처럼 홀린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문장은 시적이며, 이야기는 친절하지 않다. 무엇 하나 또렷하게 해결되는 것 없이 사건은 갈수록 안갯속으로 빠져든다.
책을 번역한 안태운 시인은 "탐정과 독자도 그 흔적을 밟아가지만, 뒤를 좇을수록 사건의 윤곽이 또렷해지기보다 그것을 둘러싼 말과 기록이 오히려 뒤엉킨다"며 "'타이가 열병'은 탐정소설이 약속하는 명료함 대신 혼란을 남겨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느 탐정소설을 기대한 독자라면 당혹스러울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도된 모호함으로,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듯 어둡고 기괴하며,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독특한 서술방식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타이가는 정말로 하나의 열병이다. 같은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떤 이들은 도망친다. 어떤 이들은 속도도, 끝도, 저 너머의 세계도 생각하지 않고, 자살하듯 내달린다. 어떤 이들은 춤을 춘다."(117쪽)
저자인 가르사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 번역가이면서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문학과 역사, 창작과 연구 사이를 오가며 시와 소설, 비평과 에세이 등 서로 다른 글쓰기 형식이 맞닿는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 가운데 '타이가 열병'은 작가 스스로 가장 "픽션다운 픽션"에 가깝다고 말한 작품으로, 영어로 번역된 후 2018 셜리 잭슨상을 받았다.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2024년 퓰리처상을 받은 '릴리아나의 무적의 여름'이 있다. 여동생 릴리아나 리베라 가르사가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책으로, 중남미의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 문제를 다룬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물결점. 14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