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역·터미널 귀경객 북적…양손 가득 '고향의 정'
오후 4시께 귀경길 정체 절정…늦은 밤 해소될 듯
짐가방 들고 귀경 열차 오르는 시민들 (전남광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귀경객들이 무거운 캐리어와 짐가방을 들고 열차에 오르고 있다. 2026.9.27 mhk0226@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네요."
나흘간의 짧은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인 27일 전국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는 고향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귀경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모님이 챙겨준 반찬과 농산물, 선물 꾸러미를 양손 가득 들고 열차와 버스에 오르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짧은 만남을 뒤로해야 하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전남광주 광주송정역에서는 이별을 앞둔 가족들의 애틋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승강장 입구에서는 떠나는 자녀의 옷깃을 여미거나 간식 한 봉지를 손에 쥐여주며 아쉬움을 표현했고, 열차에 오른 자녀들은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 인사에도 못내 아쉬운 듯 떠나는 열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승강장에 남아 방금 떠난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수원으로 돌아가는 박수진(41) 씨의 초등학생 아들은 이날 아침 할머니 집 방문에서 한참을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할머니가 손주에게 직접 만든 작은 달력을 건네며 다음 만날 날에 동그라미를 쳐준 뒤에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박씨는 "아이가 '이날 되면 진짜 또 할머니 집 오는 거냐'고 몇 번이나 확인하더라"며 "어머니도 손주 보내고 나면 집이 너무 조용해질 것 같다고 하셔서 마음이 더 무거웠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도현(34) 씨도 "연휴가 짧아 많은 시간 함께하진 못했지만, 별말 없이 아버지와 함께 누워 나란히 잠을 잤던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전주역 대합실도 김치와 농산물 상자를 든 귀경객들로 붐볐다.
역내 전광판 앞에는 승차권을 확인하려는 인파가 몰렸고, 승강장 곳곳에서는 가족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모(33) 씨는 어머니와 나눈 포옹을 되새기며 "짧은 연휴라 더 아쉽지만,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충전해서 돌아간다"며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일상에 적응해야겠다"고 미소 지었다.
대구 동대구역에서는 배웅을 나온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손주들과 입맞춤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고, 자녀와 손주들이 열차에 오른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지켜봤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귀경객들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인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2.18 soonseok02@yna.co.kr
미처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몰리면서 역사 내 매표기기 앞에는 대기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들 내외와 손주들을 배웅 나온 김태형(69) 씨는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인지 이번 연휴는 참 짧게 느껴진다"며 "이제 다시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을 성실히 보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주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역시 짧은 연휴를 마치고 귀경길에 오른 시민들로 붐볐다.
창원종합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수도권으로 가는 버스는 자리가 남은 게 없다"며 "연휴 마지막 날이어서 경남권에서도 통영 등 일부만 좌석이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중앙역 역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귀경객과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해군 장병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창원중앙역과 진주역 등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KTX와 일반 열차도 전 좌석이 매진됐다.
인천∼백령도, 인천∼연평도 등 인천 내륙과 서해 섬을 오가는 15개 항로의 여객선 20척이 모두 정상 운항하며 귀경길에 큰 차질은 빚어지지는 않았다.
제주국제공항도 오전부터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관광객과 귀경객들로 붐볐다.
제주를 떠나는 친지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을 찾은 강모(53) 씨는 "짧은 추석 연휴로 아쉬움이 크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곧장 집으로 향하지 않고 막바지 연휴를 즐기는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는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한 방문객들이 이른 오전부터 몰렸다.
부캉이가 10여분 간격으로 모습을 드러내 수로 벽을 따라 유영할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연휴 기간 울산 시댁과 부산 친정을 찾았다가 대전으로 돌아가는 정호정(43) 씨 가족은 "부캉이를 연휴 이후에 내보낸다는 말도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렀다"며 "우리 가족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캉이는 이날로 열흘째 모습을 드러냈으며, 지난 19일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 40만5천800명이 현장을 찾았다.
가을꽃 축제가 한창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관광지 일원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국화밭을 거닐며 연휴 마지막 날의 여유를 즐겼다.
'붉은 유혹' 꽃양귀비축제로 유명한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용수골에서도 백일홍과 코스모스 등 가을꽃을 주제로 한 축제가 이어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귀경길 시작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서울 반포IC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2026.9.27 ondol@yna.co.kr
전국 고속도로에는 막바지 귀경 차량이 몰리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졌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하루 예상 통행량은 총 524만대로 이 가운데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49만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37만대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서울 요금소까지 예상 소요 시간은 부산 출발 6시간 10분, 울산 5시간 50분, 목포 4시간 40분, 대구 5시간 10분, 광주 4시간 20분, 강릉 3시간 10분, 대전 2시간 30분 가량 소요됐다.
도로공사는 귀경길 고속도로 정체가 오후 4∼5시 절정에 달한 뒤 오후 10∼11시에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철 고성식 박세진 김형우 박영민 김재홍 강영훈 민현기 양지웅 천정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