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아시아 최대 잔치가 어쩌다가 '고통 분담' 대회가 됐을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24 14:52

1980년대 이후 선수촌 없는 첫 대회…수송·세탁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


나고야 조직위 '비용 절감' 탓에 각 나라가 추가 비용 댄 희한한 대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식 공연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식 공연 (나고야=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6.9.19 ksm7976@yna.co.kr최용대기자 = 아시아 대륙 최대 스포츠 잔치라던 하계 아시안게임이 어쩌다가 각 나라가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대회로 변질했을까.


경제 대국 일본에서 32년 만에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역대급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회 개막 전 선수단 숙박 시설 부족 사태에서 출발한 문제가 수송·식사 문제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더니 급기야 세탁 시설이 부족해 선수들이 경기력에 지장을 받는 사태로 옮겨갔다.


대만 야구대표팀 선수들은 호텔에 비치된 코인 세탁기가 부족해 다음날 입을 유니폼을 빠느라 밤을 새웠다. 국제종합대회에서는 상상도 못 할 코미디 같은 얘기다.


결국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자체로 세탁 업체와 따로 계약했다.


보통은 대회를 주최하는 쪽이 손님으로 온 각 나라 선수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무상으로 책임지고 지원하는 게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룰'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이 돈을 내고 자구책을 알아봐야 하는 이번 대회의 희한한 풍경이 새로운 기준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나고야항에 마련된 조립식 숙소 단지나고야항에 마련된 조립식 숙소 단지 (나고야=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을 이틀 앞둔 17일 일본 나고야항 인근에 조성된 컨테이너형 목조 조립식 숙소 단지에서 선수들이 이동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는 대회 참가인원이 애초 계획했던 1만5천명을 넘어 1만7천명으로 증가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선수촌을 새로 짓는 대신 이탈리아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4천명), 나고야항 컨테이너형 조립식 숙소(2천명), 그리고 수영·승마가 열리는 도쿄를 포함한 시내 일반 호텔에 선수단을 쪼개어 수용하기로 했다. 2026.9.17 ksm7976@yna.co.kr


모든 건 숙박 부족 사태에서 기인한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24일 "1980년대 이후 하계 아시안게임에서 선수촌이 없는 대회는 이번이 유일하다"며 "대회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자국(일본) 올림픽위원회 쪽에도 '숙소가 없으니 추가로 알아봐라'라고 할 정도였으니 다른 나라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개탄했다.


대한체육회는 예산 한도 내에서 돌발 변수에 대응했지만, 우리 선수단의 각종 불만 사항을 접수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또 국가대표 선수들을 관리하는 회원종목단체는 숙소 물색, 식사 공급, 훈련장 섭외, 세탁 업체 계약 등 다양하게 뒷받침하느라 추가로 거액을 들였다.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애초 예산보다 3천700억엔(약 3조2천억원)이나 치솟았다며 운영 비용 절감을 강조하는 사이 그 부족한 돈을 각 나라가 분담해 충당하는 이상한 모양새다.


이것이 선수단 크루즈 숙소이것이 선수단 크루즈 숙소 (나고야=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나흘 앞둔 15일 일본 나고야항에서 열린 선수단 크루즈 숙소 '코스타 세레나호' 입항식에 참석한 시민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6.9.15 hwayoung7@yna.co.kr


아파트 형태로 지어진 하나의 대규모 선수촌 없이 조립식 컨테이너 선수촌, 호텔, 대형 크루즈 숙소 3곳으로 나뉜 바람에 수송 대책은 더욱 엉망이 됐다.


선수들을 훈련장, 경기장, 공항으로 데리고 갈 셔틀이 제때 배정되지 않는 문제는 개막 전이나 대회 개막 엿새째인 이날까지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대회 날짜가 지날수록 조직위도 열심히 개선해 문제 소지가 줄어들겠지만, 그보다도 각 나라 선수단이 고통에 둔감해져 불평을 덜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우리 언론에 "대회 운영이 낙제점 수준인 F급"이라며 "선수 경기력에 지장을 주는 이슈들이 계속 발생한다면 심각한 무능"이라고 강도 높게 주최 측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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