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난 고국 명절되니 더 생각나"…타국서 추석 맞는 네팔인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24 07:24

고향집 침수된 유학생, 가족 걱정에 매일 안부 확인하며 발 동동


네팔 최대 명절 '다사인' 떠올리며 고국 음식·전통 나누고 서로 위로


물에 잠긴 고향 사진 가리키는 타망 디바시물에 잠긴 고향 사진 가리키는 타망 디바시 [촬영 박건영]


(청주=연합뉴스) 박건영 기자 = "당장이라도 고국에 가서 가족을 돕고 싶죠. 명절이 되니 더 보고 싶어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3일 충북보건과학대학교에서 만난 네팔 유학생 타망 디바시(23) 씨는 휴대전화 속의 네팔 수해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렇게 말했다.


한국 생활 7개월 차에 접어든 타망씨는 평소에도 고향 생각을 셀 수 없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마음이 더욱 애절하다.


한 달 전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가 그의 고향인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을 휩쓸고 갔기 때문이다.


다행히 타망씨의 부모님과 남동생, 여동생은 홍수가 마을을 휩쓸기 직전 집을 빠져나와 다치지는 않았으나 2층짜리 주택과 오랜 기간 일궈온 옥수수 밭이 통째로 물에 잠기면서 하루아침에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그의 가족은 네팔 정부가 마련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집보다 좁고 불편한 데다 환경이 열악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타망씨는 "어제도 어머니와 통화했는데 아직 텐트에서 지내고 있고, 집에 언제 돌아갈지 모른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의 무사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음 한편에는 미안함과 답답함이 남아 있다.


가족과 통화를 할 때마다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렵게 시작한 학업을 중단하고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다.


고향 사진 바라보는 타망 디바시고향 사진 바라보는 타망 디바시 [촬영 박건영]


타망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멀리서 가족 안부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수업이 끝나거나 쉬는 시간이면 휴대전화로 네팔 현지 뉴스와 페이스북을 찾아보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해 고향 상황을 살핀다.


그는 "자기 전까지도 계속 휴대전화를 확인하게 된다"며 "페이스북에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면 혹시 우리 마을 이야기가 아닐까 해서 바로 찾아본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가족과 명절을 보내는 한국인 친구들을 볼 때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 깊어진다.


타망씨는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간다는 한국 친구들의말을 들을 때마다 가족이 생각난다"며 "저도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방학이 시작되면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을 직접 만나고, 집과 마을도 살펴볼 계획이다.


충북에서 생활하는 다른 네팔 유학생들에게도 추석은 고향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명절이다.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청주대학교 대학원생 바나야쿠슈부(27) 씨는 추석이 네팔의 최대 명절인 '다사인'(Dashain)과 비슷한 점이 많아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이번 추석 연휴에는 네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친구들과 네팔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고향의 명절 분위기를 느끼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한국의 추석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계획이다.


바나야쿠슈부씨의 가족은 수해를 입지 않았다. 그래도 고국 곳곳에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그는 "홍수 피해로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부디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네팔인 커뮤니티인 '네팔쉼터'를 운영 중인 마노(36)씨 역시 고국의 수해 소식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네팔 현지 유명 가수를 초청한 네팔 축제장에 가서 명절을 보낼 생각이다.


마노씨는 "고국에서 어려운 일이 생겨 마음이 무겁지만, 추석에는 맛있는 것도 먹고 즐겁게 지내려고 한다"며 "고향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연휴 때만큼은 고향 이야기도 나누고 웃으면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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