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문학이 가르쳐준 것은 명민함이 아니라 인내심"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11 23:01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대담…"AI가 할 수 없는 것은 애도"


칠레 소설가 라바투트 "한국 AI시대 진원지…수동적 대응 안돼"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대담'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대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11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대담에서 문학평론가 허희가 사회를 보고 있다. 이날 대담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애란과 칠레의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가 참여했다. 2026.9.11

kihun@yna.co.kr


최용대기자 = "누군가 '작가로서 AI를 사용해서 쓰기 가장 어려울 것 같은 글이 뭐야'라고 질문한다면 '어제 죽은 사람에 관한 글'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소설가 김애란은 11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대담에서 이제는 일상화된 인공지능(AI)의 한계를 이렇게 짚었다.


이어 김애란은 "이것은 비유다. '어제 죽은 사람'은 동시대의 비극적인 사건일 수도 있고 내 개인적인 상실이나 아픔일 수도 있다"며 "다만 글쓰기에는 본질적으로 애도의 성격이라는 게 있고 그 애도의 성격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시간과 정성을 통해서 드러나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AI도 애도의 글을 그럴듯하게 쓸 수는 있겠지만, 애도의 문제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능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애란은 또 문학이 다루는 불가해성에 대한 질문에 "문학이 제게 가르쳐준 게 있다면 통찰력과 명민함이 아니라, 기다리는 마음, 인내심과 관대함이었다"고 말했다.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질문을 넣으면 단번에 답변에 도달하는 게 AI의 방식이라면, 굽이굽이 과정을 거쳐 겨우 알듯말듯한 것들을 체험하는 것이 문학의 방식이자 인간다움의 특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대담은 문학평론가 허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애란과 칠레의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가 참여했다.


두 작가는 '사람입니다'라는 주제 아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오늘날 문학이 사람의 존재와 정체성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의견을 나눴다.


라바투트는 AI의 위험성에 대해 거침없이 경고했다.


그는 '바둑계의 전설'인 이세돌과 AI '알파고'의 대국이 한국에서 있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이야말로 AI 시대의 진원지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알파고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기술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며 "폭탄은 이미 터졌고, 이것은 느리게 진행되는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라바투트는 AI 기술에 대해 "우리는 잠도 자지 않고 꿈도 꾸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 기술적 사이코패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인간이 AI 기술을 만드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위해서"라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 AI가 만든 변화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며 너무 수동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바투트는 과학의 발전이 인간과 세계를 어떻게 바꿔놓았는가를 독특한 방식으로 탐구하는 칠레 작가로, 과학사 속 천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독특한 논픽션 소설을 선보여왔다.


소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로 2021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3년작 '매니악'은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을 중심으로 양자역학과 AI 혁명 등을 다룬 작품으로, 라바투트는 이 소설의 3부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다루기도 했다.


서울국제작가축제는 한국문학번역원이 2006년부터 개최해온 국제 문학 축제다. 이날부터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축제의 대주제는 '누구세요?'(Who are we?)이다.


인간과 공동체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통해 AI 시대에 사람다움의 가치와 문학의 역할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개회사에서 "'누구세요?'라는 질문은 타인을 알아가는 질문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물음"이라며 "문학은 이런 질문에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삶과 목소리를 마주하며 스스로 답을 마주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09-12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