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다할 때까지 웍 잡을 것"…12년째 자장면 봉사 '중사모'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05 09:44

재난 현장·군부대 등 도움 필요한 곳 어디든 찾아가 한 끼 식사 대접


조광석 회장 "내가 대접한 음식 먹고 감사하다는 말 들을 때 기분 좋아"


조광석 수원 중사모 회장이 자장면 나눔 봉사활동 중인 모습. 조광석 수원 중사모 회장이 자장면 나눔 봉사활동 중인 모습. [조광석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자장면 나누는 봉사를 할 겁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를 위해 하는 즐거운 일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자장면 한 그릇으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조광석(62) '수원 중사모(중식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연하다는 듯 덤덤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수원 중사모는 조 회장이 2014년 비영리단체로 설립한 봉사 모임이지만 현재는 회원 규모가 커지면서 경기도에 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중사모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자장면을 손수 만들어 나눠주는 봉사를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은 물론이고 군부대, 재난·재해 현장까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2019년 고성 산불 재해 현장에서 봉사 중인 중사모 회원들2019년 고성 산불 재해 현장에서 봉사 중인 중사모 회원들 [조광석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매달 평균 5∼6번 봉사를 다니다 보니 이달 3일 수원시 장안구 행정복지센터에서 600번째 봉사를 기록했다.


과거 20여년간 중국집을 운영한 조 회장은 120명에 달하는 회원에게 일일이 요리법 등을 전수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식재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회비와 후원, 기부금 등으로 빠듯하게 충당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지금은 사라진 효사랑 봉사회의 요청으로 자장면 조리 봉사에 나섰다가 이 활동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다.


조 회장은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일찍 돌아가셨다. 친척 집을 전전했고 어린 나이에 객지 생활을 시작해 힘들었다"며 "그런데 첫 봉사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 이걸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수원시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하는 중사모 회원들지난 6월 수원시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하는 중사모 회원들 [조광석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일당으로 받은 9만원을 반납하고 무급으로 효사랑 봉사회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조 회장은 이후 봉사회가 없어지자 직접 모임을 꾸렸다.


조 회장 손길로 삼삼오오 모인 봉사자들은 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보육원, 군부대, 교도소 등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한 번 나가면 적게는 300그릇에서 많게는 1천300그릇에 달하는 자장면을 제공한다.


자장면뿐만 아니라 산불, 지진, 수해 등 재해 현장에서는 길게는 1주일간 머물며 이재민과 봉사자들의 하루 세 끼 식사를 책임진다고도 했다.


그는 뇌출혈과 고관절 수술을 겪으면서도 봉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광석 수원 중사모 회장조광석 수원 중사모 회장 조광석 수원 중사모 회장이 지난 3일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600번째 자장면 나눔 봉사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광석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 회장은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저를 알아보시고 '자장면 아니세요?'라고 물어보는 어르신들이 계시기도 하다"며 "제가 대접한 음식을 먹고 너무 맛있다고, 감사하다고 해주시는 말에 기분이 참 좋다"고 그저 환하게 웃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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