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자격 첫 美잭슨홀 회의 참석…"외환시장 중심 잡는 역할 할 것"
"워시 연설, 9월 FOMC에 상당한 시사…美금리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건 아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하는 모습. 한국은행 제공. 2026.8.30 photo@yna.co.kr
(잭슨홀[미 와이오밍주]=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원화가 대외 충격에 대한 면역력을 갖춘 상태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대미 투자 집행이 환율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을 계기로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한은 총재 자격으로 처음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그는 최근 한은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하며 "환율도 어느 정도 잡고, 어떤 종류의 쇼크가 와도 상당히 잘 준비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올랐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최근 동향을 근거로 "이제 원화는 어느 정도 면역력이 좀 생겼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2.5원에 마감했는데,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24일(1367.2원) 이후 1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 총재는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외환위기 등의 트라우마로 인해 환율이 갖는 의미가 막대하다"며 "단순히 교역조건을 말해주는 상대 가격이 아니라, 모든 지표를 아우르는 지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특히 환율이 중요한 변수"라며 "통화제도의 신뢰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보고, 중앙은행인 한은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원/달러 환율 하락의 단기적 요인으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자금, 수출기업 '네고(달러 매도) 물량' 확대 등을 꼽았다.
한국이 매년 미국에 집행하기로 한 200억달러의 투자액이 원/달러 환율에 부담이 되지는 않겠느냐는 물음에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양해각서(MOU)를 보면 미국에 매년 '최대' 200억달러(약 27조6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하겠지만, 우리 상황이 여의찮으면 그것보다 적게 하거나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7월 기준 4천27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하는 모습. 한국은행 제공. 2026.8.30 photo@yna.co.kr
이번 잭슨홀 회의에서 큰 주목을 받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신 총재는 그간 워시 의장이 말을 아낀 이유를 중앙은행의 과도한 소통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한다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 문제로 설명하며 "평소 워시 의장과 깊이 공감해온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 연설문을 보면 아주 큰 그림을 그리며 그동안 시장에서 요구했던 요소들을 어느 정도 담았다"며 "이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상당한 시사"라고 분석했다.
다만 점도표에 반대하는 워시 의장과 달리, 도입 초기인 한국형 점도표(K-점도표)에 대해서는 "저는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며 "도입 1년 후 금통위원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를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의 독자적인 정책 여지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반드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린다면 통화정책 수행 여건이 바뀌는 만큼 그때 다시 새로 판단해봐야겠지만, 기계적으로 금리차만 맞춰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혁신 : 지급결제와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이번 잭슨홀 회의에서는 한은이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이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고 신 총재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