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쏠린 눈…"실적 자체보다 컨퍼런스콜 메시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26 08:12

루빈 양산속도·순환금융 논란·H200 칩 등 촉각


엔비디아엔비디아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엔비디아가 26일(현지시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실적보다 컨퍼런스콜에서 나올 메시지에 쏠리고 있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 따르면 25일 기준 엔비디아의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서프라이즈 확률은 96%, 매출총이익률이 74∼76% 구간에 착지할 확률은 93%,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800억달러(약 111조원)를 웃돌 확률은 95%에 달한다.


반면 실적 발표 후 주가가 220달러 위에서 마감할 확률은 43%에 그친다.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주가는 못 오르는' 최근 엔비디아의 상황을 보여주는 셈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8개 분기 실적 발표일 가운데 6차례 하락했다. 최근 4개 분기에는 주가가 내리 빠졌다.


엔비디아는 지난 14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9월 이후 최장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25일 2.17% 오른 213.00달러로 마감하며 하락세를 끊어냈다.


다만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11.8%로, 같은 기간 61% 오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에 크게 못 미친다.


월가에선 여전히 매수 의견이 많고 평균 목표주가는 308달러 안팎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SEG 집계 기준 엔비디아 2분기 매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어난 922억달러(약 128조원)다. 최근 7개 분기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3분기 조정 매출총이익률은 75% 안팎을 유지할 전망이며, 3분기(8∼10월) 매출 가이던스 컨센서스는전년 동기 대비 82.8% 증가한 1천42억달러(약 144조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JP모건 애널리스트 할런 서는 매출 가이던스 외에 네 가지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문형 반도체(ASIC) 칩과 세레브라스 등 추론 특화 경쟁사의 부상에 대한 대응, 월가와 맺은 5천억달러 규모 인프라 파이낸싱의 성격 규정, 중국에 대한 H200 칩 초기 출하 여부, 메모리 공급난에 따른 루빈·베라 칩 사양 조정 등이다.


중국 일부 고객사는 이미 승인된 H200 칩을 인도받은 것으로 알려져 4분기 가이던스의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서 애널리스트는 짚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젠슨 황 엔비디아 CEO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순환금융 논란도 관전 포인트다.


엔비디아는 최근 오픈AI의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20년 임대계약에 최대 1천50억달러(약 146조원)를 보증하기로 했으며, 이달 초에는 아폴로 글로벌 등 6개 대형 금융사와 함께 5천억달러 규모의 제3자 자본을 AI 인프라 구축에 동원하는 파이낸싱계획도 발표했다.


빅테크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가 중심이 될 자본지출(CapEx) 규모는 7천300억달러(약 1천12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베리는 "엔비디아가 AI 업계의 일종의 중앙은행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며 "다각화 없는 AI 편중이 진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오픈AI가 임대료를 직접 지불하는 만큼 순환금융이 아니며, 수십년간 쓰일 데이터센터·전력·설비에 대한 투자라고 반박해왔다.


차세대 루빈 칩을 얼마나 빠르게 양산 확대하느냐도 핵심 변수다.


모건스탠리는 루빈이 3분기에만 90억달러의 매출을 낼 것으로 추산하며, 이미 시장을 주도 중인 블랙웰 대비 'AI 팩토리 경제성'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봤다.


다만 루빈과 커스텀칩·인텔·AMD 중앙처리장치(CPU)가 추론 시장에서 실제 점유율을 얼마나 나눠 가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UBS 애널리스트 티모시 아르쿠리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최근 빅테크 설비투자 급증의 주요 배경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결국 엔비디아에 호재로 작용해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수주 잔고의 큰 폭 증가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 업계로서는 매출·이익 수치보다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급등한 메모리 가격 부담을 자체 흡수해 매출총이익률 전망을 낮춘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3사의 가격 협상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반면 기존 75% 안팎의 매출총이익률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원가 상승분을 고객사에 전가했다는 의미가 돼 메모리 업체보다 AI 서버 구매 기업의 발주 여력이 관건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실적에서는 매출·EPS 수치 자체보다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와 컨퍼런스콜에서 나올 메모리 원가 관련 발언에 관심이 더 쏠린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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