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 구매확약, 창원시 채무 아냐"…1심 취소한 2심 근거는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22 09:14

시, 승소에도 속내 복잡…진흥원 손배 부담할 여력 없어 대응 고심


창원 액화수소플랜트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창원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생산된 액화수소 구매확약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 부담 주체는 창원시가 아닌 시 산하기관인 창원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라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시는 1심 패소를 뒤집고 항소심에서 승소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진흥원이 손배 의무를 부담할 실질적 자력이 없어 향후 어떤 형태로든 시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서다.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시는 플랜트 대주단 측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사건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최근 승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시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시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액화수소 구매확약서와 기타 증거들, 변론 취지 등을 종합해볼 때, 원심과 달리 액화수소 구매확약서상 손해배상 의무 부담 주체는 진흥원이지, 시는 그 주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매확약서를 살펴보면 1항은 "진흥원이 (플랜트 운영사) 하이창원으로부터 일평균 5t의 액화수소를 구매할 것을 확약한다"고 돼 있다.


2항은 "진흥원이 액화수소 구매확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구매의무 불이행으로 발생하는 하이창원의 모든 손해(PF에 따른 대출원리금 전액 상환 등)를 배상할 것을 확약한다"고 명시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2항에서 손배 의무 부담 주체 기재가 생략됐지만, 이는 "진흥원이 ∼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진흥원이> ∼ 배상할 것을 확약한다"라는 문장에서 반복되는 주어(<> 부분)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매확약 위반에 따른 손배 의무 부담과 관련해, 한 금융기관이 진흥원만 손배 의무를 부담하고 창원시는 의무를 지지 않는다며 시도 손배 의무를 부담함을 확약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적이 있는 점, 시는 이에 대해 진흥원 등에 손배 의무를 부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속 표시한 사정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됐다.


또, 창원시가 손배 의무를 부담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지방의회 의결을 얻지 않아 지방재정법 제44조(채무부담행위) 위반으로 무효라고도 밝혔다.


제44조 1항은 "지자체에 채무부담 원인이 될 계약 체결이나 그밖의 행위를 할 때는 미리 예산으로 지방의회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창원시가 액화수소 구매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하이창원의 모든 손해, PF 대출원리금 전액까지 배상한다고 보면, 시는 진흥원의 구매의무 불이행이라는 불확실한 사정을 조건으로 거액의 금전채무를 부담하게 된다"며 "이 사건 대출약정 한도만 해도 710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지방재정법 제44조 1항이 규정한 '채무부담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시는 항소심에서 승소했음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진흥원은 플랜트에서 생산된 액화수소를 쓰겠다는 수요처를 아직도 확보하지 못해 자체 예산으로 연간 300억원 상당을 대주단에 지급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진흥원은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지급할 실질적 여력이 없다. 시가 나서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진흥원이 소유한 수소충전소에 대한 가압류 등이 이뤄져, 결국 수소차·수소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지난 21일 판결문을 수령한 시는 세부 내용을 분석해 향후 대응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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