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막·쉼터 없고 임금 착취 의혹도…계절근로자 안전관리 미흡"
(여주=연합뉴스) 김솔 기자 =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밭일을 하던 30대 외국인 여성이 숨진 사고와 관련, 시민단체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하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자회견 현장 [민주노총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이천여주양평지부 및 여주 지역 노동·시민사회 단체 소속 10여명은 20일 오전 여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근무지가 폭염에 노출돼 있었음에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휴식과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작업 장소인 마래리 호박밭은 그늘막, 쉼터,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곳"이라며 "숙소는 모두 오래된 주택이고 내부에는 에어컨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용주의 불법 파견 및 임금 착취 의혹도 제기했다.
단체는 "고인의 고용주가 계절노동자를 자신의 사업장이 아닌 다른 여러 농가에 보내 일을 시킨 불법 파견 정황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고용주는 남성 13만원, 여성 11만원에 해당하는 일당을 챙기고 실제 노동자들에게는 각각 10만원, 9만원만 지급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계절노동자에 대한 여주시의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여주시는 3년째 라오스 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계절노동자 제도를 운영하며 1천900여명의 노동자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현장에서 그늘막, 쉼터, 식수 비치 여부 등 안전조치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주시가 계절노동자 모집과 선발, 송출과 관리의 상당 부분을 민간 업체에 대행시킨 정황이 있어 적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경기도의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고인의 사망 경위와 현장 배치 과정을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관내 계절근로자에 대한 안전 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할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1시 40분께 여주시 마래리의 한 호박밭에서 일하던 30대 라오스 여성 근로자가 동료에게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28시간여만인 다음 날 오후 7시께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