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연내 회담' 확언한 트럼프…비핵화 목표엔 즉답 회피(종합)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20 08:49

'신속 대화 의지' 공개 발신…'비핵화 목표' 답변 안하며 재차 유화 메시지


北은 표면적 '냉담 입장'으로 대화 성사 기준 높이며 주도권 확보 시도 가능성


트럼프 '美유권자용' 단기 성과 집중 관측…'체계 없는 대북접근' 우려 커져


2019년 6월 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2019년 6월 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담을 확언하면서 신속한 북미대화 재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에 대한 첫 입장을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대화 재개 여부를 두고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보여 향배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문답하다가 '김 위원장과 연내에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과의 연내 회담을 확언함으로써 북미대화를 신속하게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와 맞물려 주목된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 회담을 할 수 있도록 참모진을 재촉하고 있으며 다음 아시아 방문 때 김 위원장과 대면 회담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이 유력한 계기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구체적인 시점이나 계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연내에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확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볼 때 당분간 대북 외교에 상당한 방점을 두고 외교정책을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친서를 주고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면서 여지를 남기는 듯한 입장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답은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입장을 낸 후 2시간 정도 뒤에 이뤄졌다.


김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 지시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북미 정상 간 소통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했다.


취재진 질문 중에 김 부장의 입장에 대한 반응이 포함되지는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장의 입장을 보고 받은 상태에서 관련 질문에 입장을 내놓았을 공산이 크다. 표면적으로 부정적인 북한의 입장을 감안한 상태에서 조만간 북미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공개 발신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행사에서는 북미대화 재개 추진의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재차 북한에 강력한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다시 관여하는 목적이 여전히 비핵화인가, 이번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그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부각했다.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김 위원장을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재개 시도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김 위원장의 바람만 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의 핵역량 고도화로 비핵화라는 목표 설정은 이제 쉽지 않고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체계적인 목표 설정 없이 '보여주기식 회담'에 치중하다가 과한 양보나 '선물'을 건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외교적 성과를 얻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까지 벌여 이란 비핵화를 시도했으나 해결이 여전히 요원한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미국의 긴장 해소에 나서 '피스메이커'로서의 면모를 부각한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선언처럼 미국 유권자를 겨냥한 부분적 성과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초 출범 이후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라는 원칙을 견지해오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과의 담판이 성사되면 비핵화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실익 계산에 주력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김 부장의 입장에는 북미대화 재개의 조건을 높이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라는 '당근'을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시험해보는 동시에 '정상회담 결렬'이라는 파국으로 끝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한도 북미 지도자 간 관계가 훌륭하다면서 대화 재개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미국 쪽에서 지속적으로 유화적 태세를 유지한다면 입장 변경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북한은 일단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비해 '체급'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한 러시아와의 관계 격상 및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든든한 '뒷배'를 갖춘 상황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논의의 핵심이던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달리 북한은 이제는 비핵화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얘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국제사회 제재의 고삐가 느슨해진 것도 북한의 '위상 변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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