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 부족한데 '탁상행정' 논란…경찰 "현장 여건 고려해 보완"
'이륜차 주차는 어디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이륜자동차(오토바이)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규정 제정을 추진해온 경찰이 '탁상행정' 지적과 집단 반발에 부딪혀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륜차 불법 주·정차를 단속할 실효적인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는 유지하되 주차공간 부족과 배달업무 특성 등 현장 여건을 고려해 제도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륜자동차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기준을 신설하겠다며 지난 6월19일부터 도로교통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과태료를 일반 지역은 3만원, 안전표지가 설치된 소방시설 주변 및 노인·장애인보호구역은 6만원, 어린이보호구역은 9만원으로 정하고, 같은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정차 또는 주차 위반 시 기준 금액에 1만원을 가중하는 내용이다.
라이더들은 이륜차 운전자가 현장에 없어도 사진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 등에 반발하고 있다.
이륜차가 합법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태료가 부과되면 라이더와 자영업자의 생계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반발은 입법예고 의견에서도 확인된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는 총 4천89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한 작성자는 "이륜차 주차장도 없는데 법을 시행한다는 사실에 한숨만 나온다"며 "주차장이라도 따로 만들고 시행해야지 무작정 법만 만든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단속에만 치중할 경우 배달 노동자의 생계와 현장 고충을 외면하는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노동 현실을 고려한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시행 시기도 주차 공간 확보 등 현장 여건을 감안해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주 배달 라이더 단체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고 입법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 등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현장 의견수렴을 이어가면서 제도 보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시행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과태료 부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의 통행 안전을 확보하고 주차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이륜차 불법 주·정차에 대한 실효적인 단속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소방시설 주변이나 교통약자 보호구역의 불법 주·정차를 예방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도 배달 라이더 등 관련 업계와 추가로 소통하면서 주·정차 공간 부족과 배달 업무의 특성 등 현장 여건을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