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 돌아간다니 눈물 나"…대피명령 해제 거제 이재민 귀가 시작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19 13:29

대피 사흘만에 귀가 채비…일부 주민은 가스 끊겨 대피소 잔류하기도


산사태 직접 덮친 아파트 주민은 시일 걸릴 듯…"언제 돌아갈지 기약 없어"


대피명령 해제에 복귀하는 산사태 피해 주민대피명령 해제에 복귀하는 산사태 피해 주민 [촬영 박영민]


(거제=연합뉴스) 박영민 정종호 기자 =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 눈물이 났어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19일 오전 11시께 경남 거제시 옥포동 삼도로얄맨션 앞에서 만난 105동 주민 장유진(36)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102동과 105동 주민들의 대피명령이 해제됐다는 안내가 나오자 장씨는 백팩을 메고 곧장 아파트로 향했다.


장씨는 "아이 아빠와 아기를 데리고 너무 급하게 집을 나왔고, 대피 생활을 하는 동안 정말 힘들었다"며 안도했다.


광복절 연휴 거제와 통영을 덮친 집중호우로 이 아파트 뒤편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뒤 집을 떠났던 주민들은 이날로 사흘째 대피 생활을 이어왔다.


옥포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정의권(36) 씨도 대피명령 해제 소식에 곧바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정씨는 "대피소에서도 여러 지원을 받아 감사하게 지냈지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확실히 편해졌다"고 말했다.


아파트로 복귀하는 주민들아파트로 복귀하는 주민들 [촬영 정종호]


그러나 대피명령이 풀렸다고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105동 주민 김모(46) 씨는 "104동에서 발생한 가스관 사고로 이번 주에는 가스가 공급되지 않는다고 해 아직 집에서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당분간 대피소에 남아 있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피명령이 계속되는 103동과 104동 주민들은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


103동 주민 김현섭 씨는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하루 이틀이면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기약이 없다더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서 보내오는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확인하며 대피명령 해제 소식을 기다렸다.


성모(46) 씨는 이날도 출근하지 못한 채 산사태 현장을 찾았다.


그는 "소방대원들에게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 안전진단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지 물어봤지만,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연락이 오면 짐을 모두 옮겨야 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복귀하라고 해도 우리 동 바로 옆에 산사태 현장이 그대로 있어 주민들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피 생활이 길어지면서 씻고 출근하는 평범한 일상도 쉽지 않다.


주민 박모(80) 씨는 "집 자체는 피해가 별로 없는데 여기서는 제대로 씻지 못하니 아무래도 힘들다"며 "집 나오면 고생이지 뭐"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대피소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대한적십자사가 마련한 샤워부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가 나왔지만, 이용자가 많아 사전 예약을 받아야 했다.


거제시는 전날 긴급 안전점검 결과 102동과 105동은 주민들이 복귀해도 안전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103동은 추가 토사 유입에 대비한 임시 안전조치를 마치면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토사가 직접 덮친 104동은 구조 안전성 검토와 법면 복구, 건물 보강 등에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옥포초 대피 인원은 당초 90여명에서 이날 오전 76명으로 줄었으며, 102동과 105동 주민들이 귀가하면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옥포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옥포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촬영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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