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위상에 日 배우들 출연 활발…출연료·글로벌 인지도 '매력'
"단순 출연 넘어 기획부터 협업…지속 가능한 아시아 파워 브랜드 구축"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과 배우 정일우 (왼쪽부터) [아마존 프라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한국 시장이 굉장히 어렵잖아요. 이럴 때 더 많은 합작품들이 생기면서 새로운 기회가 펼쳐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열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시리즈 '범죄자'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정일우가 전한 말이다.
일본 드라마에 처음으로 출연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의 말처럼, 최근 방송가에서는 한일 양국의 배우와 제작진이 경계를 넘어 손을 잡는 '한일 콘텐츠 교류'가 기획 단계부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양국 배우들이 상대국 작품이나 합작 프로젝트에 대거 이름을 올리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일본 배우들의 K-콘텐츠 진출은 확대되는 추세다.
오카다 마사키는 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로 한국 콘텐츠에 첫발을 내디뎠다.
SBS '모범택시3'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 출연한 가사마쓰 쇼는 한국 영화 '면도', '파문' 촬영을 마쳤으며, 최근 '굿뉴스' 제작사인 스타플래티넘과 전속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한국 활동에 나섰다.
후쿠시 소타는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사카구치 겐타로는 쿠팡플레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활약하며 한국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나가야마 에이타 역시 배우 손석구와 함께 한준희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시리즈 '로드' 주연을 맡아 K-콘텐츠 내 존재감을 키울 전망이다.
넷플릭스 '로맨틱 어나니머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배우들의 일본 시장 공략도 매섭다.
최근 '범죄자'로 일본에서 데뷔한 정일우 외에도 옥택연이 5월 공개된 넷플릭스 일본 시리즈 '소울메이트'에 출연했으며, 한효주는 지난해 10월 공개된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주인공을 맡은 바 있다.
채종협 역시 2024년 일본 지상파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한국 배우가 TBS에서 저녁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오는 27일 방송되는 일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베마의 오리지널 드라마 '바캉스의 법칙'에 출연해 현지 인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기획 단계부터 양국 자본과 제작진이 손잡은 한일 합작 드라마도 찾아볼 수 있다.
배우 지창욱은 이마다 미오와 함께 CJ ENM과 일본 지상파 닛폰 TV의 첫 공동 제작 프로젝트인 '메리 베리 러브' 출연을 확정지으며 처음으로 한일 합작 드라마에 출연한다.
나인우는 지난해 7월 방송된 스튜디오드래곤과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의 합작 드라마 '하츠코이 도그즈'에서 한국인 재벌 3세 우서하 역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이벤트성 교류가 아닌 양국의 이해관계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변화가 맞물린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한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높아진 글로벌 위상이 일본 배우들에게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일본 배우들 입장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역시 "일본은 플랫폼 측면에서 아직 열세인 측면이 있다"며 "한국 콘텐츠라는 브랜드 가치를 배경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 일본 내 인기와 글로벌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메리 베리 러브' 주연배우 지창욱, 이마다 미오 [디즈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배우와 제작진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을 넘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시장을 확장하는 대안이 된다.
김 평론가는 "국내 시장이 OTT 플랫폼 위주로 재편돼 특정 스타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이 쏠리면서 입지가 위축된 배우들이 일본 진출을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짚었다.
프로젝트의 형태가 단순 '인적 교류'를 넘어 IP(지식재산권)와 제작 시스템의 결합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상호 감독이 '가스인간'에 이어 '기생수: 타미야'로 넷플릭스 일본 시리즈를 연출하고, 스튜디오드래곤이 CJ ENM 재팬과 함께 지난해 공개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을 기획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개인 자격으로 캐스팅되거나 연출에 참여하는 식이었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기획 단계부터 회사 대 회사로 합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방송사 중심의 제작 구조라 글로벌 대작을 만들 유인이 부족했던 반면, 한국은 외부 스튜디오 시스템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며 "일본은 한국의 글로벌 제작 경쟁력을, 한국은 두터운 팬층을 바탕으로 IP의 수명이 긴 일본 시장의 수익성을 노리며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 포스터 [스튜디오 드래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의 협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아시안 웨이브를 만들 수 있는 주체로서 한국과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공동의 파워 브랜드를 구축하는 관계"라며 "시너지 효과와 파워 브랜드의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작업을 많이 해나가는 것이 콘텐츠 외연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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