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 이민자 사태, 외교갈등으로 확산…스페인 고립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01 19:07

모로코인 대부분 돌아갔으나 후유증 남아


세우타서 모로코 돌아가는 사람들세우타서 모로코 돌아가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있는 스페인 영토 세우타에 몰려든 약 6만 명의 이민자 대부분이 자국으로 돌아갔으나 스페인 정부를 둘러싼 외교·정치적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모로코와 스페인 국경을 넘어 세우타에 유입된 이민자 약 6만 명 중 4만8천여명이 전날 저녁까지 모로코로 돌아갔다.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모로코가 수만명의 이민자를 통과시킨 이유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스페인 내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의 정치학자 기예르모 페르난데스 바스케스는 "우리는 모로코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이 대대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대규모 불안정화 작업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사회당 소속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유럽에서 몇 안 남은 좌파 정부 수반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 이민자 정책, 이란 전쟁 등 굵직한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잇따라 정면 충돌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 스페인이 나토의 "끔찍한 파트너"라며 스페인과의 무역 단절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불만을 드러내왔다.


그는 이번 세우타 사건을 두고도 스페인의 "약한 법, 형편없는 관리, 아주 진보적인 법"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주민 난입 사태를 "재앙"이라고 칭했다.


스페인과 대립해 온 이스라엘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페인 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이주를 희망하는 가자지구 주민 전원을 받아들이라"고 비꼬았고,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 역시 "이스라엘을 비판하기 좋아하는 스페인이 왜 아프리카에 식민지 영토를 유지하고 있는지 전세계에 설명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모로코에 스페인 영토가 존재하기 시작한 건 세우타의 경우 1580년, 멜리야의 경우 14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들 지역이 스페인 식민지라는 주장은 역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긴 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우타 사태는 유럽 내 갈등도 촉발했다.


이탈리아는 이번 사태에 대응해 유럽연합(EU)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을 스페인에 한해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스페인과의 해상 및 항공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핀란드와 덴마크가 지지를 보냈다.


EU 집행위원회는 솅겐 협정의 일시 중단은 회원국의 국내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있을 때만 가능하며 반드시 EU에 사전 통보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우타에 불법 입국한 이민자들은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스페인 본토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솅겐 체제 자체를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도 "솅겐 지역의 완전성은 절대적으로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산체스 총리도 엑스에 "지금은 분열을 조장할 때가 아니다. 강력하고 단결된 유럽을 계속 건설해 나갈 때"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마드리드 현대 아랍 연구센터 소장인 하이잠 아미라 페르난데스는 세우타 사태를 "이민 위기가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인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벨라루스가 중동 난민들의 폴란드 국경 통과를 사실상 지원했을 당시에도 스페인은 폴란드의 솅겐 자격 정지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바르셀로나 국제문제센터의 폴 모리야스 소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지정학"이라며 "스페인이 올해부터 핀란드와 러시아 국경의 NATO 임무에도 참여하고 있는데도 핀란드가 이탈리아를 지지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럽 정상회의의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이 스페인에 연대를 표명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산체스 스페인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페인 국내 정치에서는 이번 사태가 곧바로 산체스 총리의 정권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바르셀로나 자치대의 역사학자 스티븐 포르티는 "스페인의 이민 정책이 문명 충돌을 불러왔다는 극우 진영의 주장에 국민들이 그대로 속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산체스 총리는 유럽 내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파 유권자들의 결집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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