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장소 ㉓] 운주사,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6-29 09:13

풍경 속 물고기,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 강조

‘풍경 소리’의 청각적 이미지로 임에 대한 사랑 형상화

풍경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풍경

정호승의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인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실려 있는 이 시는 운주사의 와불을 보고 오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풍경을 다는 행위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임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형상화한 뛰어난 작품이다.


운주사는 전남 화순군 도암면에 있는 사찰이다. 석조불감·9층석탑·원형다층석탑 등 많은 석불과 석탑과 함께 와불(臥佛)이 유명한 곳이다.


와불은 누워있는 부처를 말한다. ‘운주사 와불’은 세계에서 유일한 부부 와불로 길이 12m, 넓이 10m의 누워있는 바위에 조각했는데 남녀가 누운 모습이 경이롭다. 


전라남도 화순군 운주사 와불(사진=박상봉 기자)

시인은 그 모습을 눈에 담고 나오는 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라고 진술한다.


풍경(風磬)은 처마 끝에 매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어 소리가 나게 한 쇠로 된 종을 지칭한다.


절에서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해 사용하는 풍경의 방울에는 금속판의 물고기를 매달아둔다. 풍경 속의 물고기는 물고기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행자는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여기서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매단 ‘풍경’은 ‘그대’를 언제나 깨어 있게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각성제이며, 그대로 하여금 시적 자아의 마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매개체다. 풍경은 사랑하는 그대가 언제나 나의 신호에 응답할 수 있도록 하는 반응 기제인 셈이다.


이 시는 비교적 짧고 단순해보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보고 싶은 마음이 절절하게 담겼다.


불교적 소재를 통해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임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한 어조로 드러내면서, 비유법을 활용하여 그리움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먼 데서 불어오는 ‘바람’은 화자가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일 터이고, ‘풍경 소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화자의 마음을 ‘풍경 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백미(白眉)다. 


가슴속의 풍경이 흔들릴 때면 자신이 찾아간 줄 알라는 이 기발한 발상, 시인이 빚어내는 이 오묘한 바람의 화법이 이 시의 묘미(妙味)인 것이다.


이 시는 안치환이 노래로 불러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풍경 달다 - 정호승 詩/안치환 노래’ 듣기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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