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고독사, 죽음보다 먼저 찾아오는 외로움-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6-26 07:55

― 사회가 놓치고 있는 마지막 경고

이미지 캡션=ai 제공



요즘 우리는 고독사라는 말을 너무도 익숙하게 듣는다. 신문 사회면 한 귀퉁이에 실리는 기사 한 줄, 텔레비전 뉴스의 짧은 보도 속에서 고독사는 어느새 흔한 사회 현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익숙함 속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고독사는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가 보내는 경고라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본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누군가의 걱정을 나누며 살아갈 때 삶은 비로소 사람다운 온기를 갖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동안 그 온기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과거 농촌 마을에서는 이웃집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지 않으면 누군가 찾아가 안부를 물었다. 며칠 동안 대문이 열리지 않으면 동네 사람들이 걱정하며 문을 두드렸다. 가난했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지켜보며 살았다. 그러나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더 높은 담장과 더 두꺼운 문 뒤에 숨어 살게 되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은 가난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이다. 통장에 돈이 있어도, 집이 있어도,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면 인간은 점점 사회로부터 멀어진다. 결국 죽음이 찾아왔을 때 그 사실을 알아줄 사람조차 없게 된다. 이는 개인의 불행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실패다.


더 큰 문제는 고독사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 우울증, 사회적 소외 속에서 젊은 세대의 고독사도 늘어나고 있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연대는 약해졌고, 소통 수단은 넘쳐나지만 진정한 대화는 줄어들고 있다. 수백 명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위급한 순간 전화를 걸 사람이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고독사를 막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다. 행정기관의 지원만으로는 외로움을 해결할 수 없다. 이웃에 대한 관심, 가족 간의 대화,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함께 살아나야 한다.


고독사는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다. 발견되지 못한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살아 있으면서도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삶이다. 우리는 과연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얼마나 묻고 있는가. 혹시 누군가는 우리 곁에서 조용히 외로움에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독사가 늘어나는 사회는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회가 아니라 관계가 가난한 사회다. 결국 고독사는 한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현재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가, 아니면 각자 홀로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가.“



시와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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